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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위력은?…“한국서 지진 감지될 것”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정상 일대의 인공위성 사진. [사진 구글어스]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정상 일대의 인공위성 사진. [사진 구글어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서도 폭발의 여파로 지진이 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현재 북한에서 발생하는 규모 2.0 이하의 지진도 한국과 중국 등에 설치된 지진관측소를 통해 감지와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핵실험장 갱도의 폭발로 인해 진동과 소리가 발생하면 인공지진이 관측될 것으로 보여 실시간으로 북한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앞서 북한은 오는 23일에서 25일 사이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갱도의 내부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폭파하는 방법으로 핵실험장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진은 지구 내부의 급격한 운동으로 지진파가 지표면까지 도달해 지반이 흔들리는 ‘자연지진’과 핵실험이나 대규모 폭발 등으로 지반이 흔들리는 ‘인공지진’으로 나뉜다. 핵실험장 갱도를 폭발시키는 경우, 그 충격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지진관측법에 따르면, 기상청은 한반도와 국내 해역에 규모 3.0 이상의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관계기관과 외부에 알리게 돼 있다. 다만, 국가적 또는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규모 3.0 미만의 인공지진도 통보할 수 있다.
우 분석관은 “다이너마이트 발파로 규모 3.0 이상의 인공지진이 발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이 피부로 느낄 만한 진동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차례 핵실험으로 지반 약해져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한 6차례 핵실험이 모두 이뤄지는 등 북핵 개발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암반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돼 있어 핵실험 장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산허리에 수평형 갱도를 뚫고 내부에서 6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해 왔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핵실험으로 지반이 많이 약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최근까지 11차례의 여진이 이어질 정도로 여파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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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의 훼손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3차원 이미지 분석 등을 통해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바로 위에 위치한 만탑산에 0.5m가량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 저자 중 한명인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실뱅 바르보 조교수는 “이것은 단지 1~2개의 터널이 아니라 핵실험장의 매우 큰 범위가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발 충격으로 인한 방사능 노출 등 2차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이 폭파 현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보면 안전에 대한 대비는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실험의 여파로 함몰이 이뤄지면서 일부 지표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폐기 이후에도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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