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당에 후보자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남 후보가 경쟁자의 ’가슴아픈 가정사’를 선거에 끌어들여 악용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남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문자나 SNS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자신의 친형과 형수에게 한 충격적 폭언 음성파일이 전달돼 왔고, 4개의 파일을 이틀 전 들었다”며 “만약 (이 후보가) 지사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도민에게 갈등과 분노의 갑질을 일삼을까, 공적인 분노가 치밀어 이틀 밤을 꼬박 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 이하의 인격을 가진 이 전 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폭력과 갑질에 눈감는 정당이 아니라면 후보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 파일을 듣고도 공천을 했다면 정상적 판단이 아닐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도덕적 기준에 이 전 시장이 부합한다고 생각하냐”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욕설 파문에 휩싸인 건 성남시장 시절인 2012년이다. 당시 한 언론이 이 후보가 친형과 형수에게 한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의 존재를 보도했고, 이후 이 문제는 이 후보가 선거에 나올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6년 5월 대법원에서 해당 파일의 공개금지 가처분 결정과 함께 공개자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린 상태다.
앞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 후보를 겨냥해 “자기 형님이나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는 사람”이라며 “그것만 유세차에 틀어놓으면 도민들이 절대 안찍는다”고 말했다. 남 후보가 ‘형수 욕설’ 문제를 꺼낸 것은 불리한 판세를 의식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선 이 음성 파일을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 후보 인격의 실체를 알고 나면 도저히 찍어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 음성 파일을 공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중이다.
이에대해 이 후보측 김남준 대변인은 “당시 셋째 형이 이권개입을 위해 ‘이재명을 만나게 해달라’며 이 후보의 어머니에게 협박과 폭언, 폭행을 가했다”며 “이 음성 파일은 이 후보가 셋째 형 부부에게 어머니에 대한 형의 패륜·폭언을 항의하는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 후보는 욕설을 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인정했다”며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패륜을 분노한 것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2016년 대선 토론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전모를 알게 되면 (형수에게 욕설을 하게 된 이유를) 납득하리라 생각한다”며 “유포가 금지된 녹취파일이 음성적으로 돌아다니지만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