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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에 '여자 탱크' 인주연 출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LPGA 박준석]

[KLPGA 박준석]

한국 여자프로골프에 새 기대주가 나타났다.

NH레이디스서 첫 우승 "최경주처럼 어려운 선수 돕고파" #어려서 육상과 태권도, 172cm의 키로 장타 치는 기대주

인주연(21)은 13일 수원 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1부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 이븐파, 최종합계 9언더파로 김소이(24)와 연장전을 벌여 두 번째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인주연은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다. 태권도도 6년을 배웠다. 172cm의 키에 어려서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순발력으로 장타를 친다. 별명은 그가 존경하는 최경주를 따서 '탱크'였다. 요즘은 동료들이 힘이 좋다고 힘주연으로 부른다고 한다.

선수로 순탄치는 않았다. 동료들보다 늦은 중학교 1년 때 골프를 시작했고 처음엔 왜 골프를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거리 많이 나간다는 칭찬에 그냥 골프를 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인주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경기도 안성에 원룸을 얻어 혼자 지냈다. 골프장에 가려면 누군가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인주연은 2014년 골프다이제스트 한국판에 “(집안 사정 때문에) 클럽을 바꿔야 할 때인데 부모님에게 차마 말을 못했다”고 술회했다.

인주연이 캐디와 함께 코스 전략을 상의하고 있다. [KLPGA 박준석]

인주연이 캐디와 함께 코스 전략을 상의하고 있다. [KLPGA 박준석]

상비군 경험도 없이 국가대표가 됐다. 그러나 슬럼프에 빠졌다. 구력이 적은 인주연은 어릴 때부터 골프를 배운 동료들과 실력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조급해졌으나 결국 이겨냈다.

최경주 재단의 도움도 받았다. 그래서 그의 꿈도 “최경주처럼 어려운 선수를 돕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인주연은 박세리 키드, 박인비 키드가 아니고 최경주 키드다.

인주연은 지난해는 1부 투어와 2부 투어를 동시에 뛰었다. 2부 투어는 주중에 경기해 두 투어를 동시에 뛰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나게 힘들다. 인주연은 해냈다. 체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두 투어에 동시에 뛴 것은 2부 투어를 뛰면 1부 투어 시드를 확보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1부 투어에서 시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으나 2부 투어에서는 성적이 좋았다. 2부 투 호반건설 챔피언십 우승 후 6개 대회를 채워여 상금 순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하반기 두 투어를 병행했다. 2부 투어 성적으로 올해 1부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해부터는 1부 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인주연은 우승이 확정된 후 눈물을 흘리면서 “고생하신 부모님이 가장 생각이 난다. 앞으로도 더 잘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주연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59야드로 10위다. 라운드당 퍼트 수(31개 53위)를 줄이면 정상급 선수로 뛰어오를 재목으로 꼽힌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흘리는 인주연. [KLPGA 박준석]

우승 확정 후 눈물을 흘리는 인주연. [KLPGA 박준석]

연장전을 벌인 김소이는 마지막 홀 버디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연장전에서는 두 번의 버디 퍼트가 모두 들어가지 않아 아쉽게 패배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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