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 참가한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에 올라 동등한 권리를 위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계 내 성평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쿠르드족 여성 전투기부대에 관한 영화 '걸즈 온 더 선'의 상영에 앞서 진행된 이 퍼포먼스에는 케이트 블란쳇, 크리스틴 스튜어트, 제인 폰다 등의 칸 영화제 초청된 여성 배우들과 패티 젠킨스 감독, 여성 영화 제작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레드카펫에 오른 82명이라는 숫자는 71년간 이어진 칸 영화제의 역사에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된 숫자와 같다. 남성 감독은 1688명이 초청되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은 이어졌다. 21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는 3편뿐이다. 지난 71년간 여성 감독의 연출작이 칸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영화 '피아노'(감독 제인 캠피온)로 ‘패왕별희’의 천 카이거 감독과 공동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다만 벨기에 출신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2016년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레드카펫에 오른 케이트 블란쳇은
"우리는 칸 영화제에 초청돼 이 레드카펫에 오른 82명의 여성 감독의 수를 대변한다"며 "같은 기간 동안 1688명의 남성 감독들이 이 계단을 올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명망 있는 황금 종려상은 너무 많아 이름만 열거하기 힘든 71명의 남성 감독들이 수상했지만, 여성 감독 수상자는 단 두 명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퍼포먼스에 앞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 퍼포먼스가 여성 영화인들에게 바쳐질 것"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칸영화제는 또 올해부터 프랑스 정부와 더불어 성범죄 신고 핫라인을 신설한다. 할리우드 미투 운동을 촉발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과거 칸에서도 4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여파다. 또한 프랑수아즈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의 영화 연출을 지원하는 국제기금을 출범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개막한 칸영화제는 오는 19일까지 12일간 열린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