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도 모으고 후보도 알리고’ 지방선거 펀드 대박 조짐

중앙일보

입력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유권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유권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 신모(46)씨는 6ㆍ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찍으려는 광역단체장 후보의 선거자금 펀드에 3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베팅을 해본다는 재미가 있고 지지후보 선거운동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개적인 선거자금 마련 수단으로 떠오른 선거 펀드 열기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뜨겁다. 이미 30억원을 돌파한 펀드가 나오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이는 곳도 있다.

선거 펀드는 선거운동에 드는 돈을 공개적으로 빌려서 마련하는 일종의 정치 이벤트다. 선거가 끝나면 갚기로 한 날까지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후보자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반액을 돌려받는다.

후보 홍보효과…지지자도 “베팅 재미” 호응

선거 펀드는 후보들이 선거비용을 투명하게 모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후보자 본인을 알리며 지지자 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정당ㆍ지역별로 다양한 선거 펀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개설했던 ‘국민주 문재인 펀드’의 입금 마감을 알린 당시 홈페이지 공지문. [문재인 펀드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개설했던 ‘국민주 문재인 펀드’의 입금 마감을 알린 당시 홈페이지 공지문. [문재인 펀드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교육감 재선에 도전하는 이재정 예비후보가 9일 개설한 ‘더불어숲’ 펀드는 개설 후 이틀 만에 모금 목표액 30억원을 달성했다. 이 예비후보는 2014년 선거에서는 개설 17일 만에 목표액 30억원을 채웠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는 총 11억원을 목표로 한 ‘양승조 펀드’를 10일 개설했다. 연 3.6%의 이자가 적용되며 선거 두달 후인 8월 13일 상환할 예정이다.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한 오거돈 민주당 예비후보는 13일 12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는 ‘OK 시민행복펀드’를 출시하고, 서병수 현 부산시장(자유한국당 소속)은 목표액 10억원의 ‘서병수 BS+ 펀드’를 24일부터 운용할 예정이다.

기초단체장 후보들 중에는 지난달 펀드를 출시해 목표액 1억원을 초과달성(1억4089만원 모금)한 허성무 민주당 창원시장 예비후보, 지난 3일 ‘한결 펀드’를 개설해 목표액(1억6000만원)을 채운 김한근 한국당 강릉시장 예비후보, 최근 개설 하루 만에 목표액 3000만원을 달성한 박상무 바른미래당 서산시장 예비후보 등이 있다.

교육감 출마 후보들도 앞다퉈 선거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인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의 예비후보는 ‘고승의 청렴펀드’를, 도성훈 예비후보는 ‘도성훈 펀드’를, 최순자 예비후보는 ‘백년대계 펀드’를 각각 출시했다. 충북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낸 김병우 현 교육감의 ‘행복교육 희망 펀드’, 심의보 예비후보의 ‘마음 펀드’도 현재 운용 중이다.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도 ‘2018 김석준 펀드’ 모금에 들어갔고, 경북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임종식ㆍ안상섭ㆍ이찬교 예비후보도 선거 펀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원조는 ‘유시민 펀드’…‘문재인 펀드’ 대박

2010년 5월 21일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서 유세 도중 시민들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0년 5월 21일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서 유세 도중 시민들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 같은 선거 펀드의 원조는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시민 펀드’다. 유 전 장관은 연 2.45%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 동안 41억5000만원을 모았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낙선하긴 했지만 15% 이상 득표에 성공해 빌린 돈을 갚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19일 ‘국민주 문재인 펀드’를 개설해 1시간 만에 1차 모금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담쟁이 펀드’를 출시해 총 500억원을 모집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