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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유태오 주연 '레토' 황금종려상에 한 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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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레토'에서 고려인 로커 빅토르 최를 연기한 한국배우 유태오(오른쪽 세 번째)는 극 중 연주와 노래를 모두 소화했다. [사진 IMDB]

8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레토'에서 고려인 로커 빅토르 최를 연기한 한국배우 유태오(오른쪽 세 번째)는 극 중 연주와 노래를 모두 소화했다. [사진 IMDB]

“유태오의 연기는 빅토르 최가 왜 러시아에 불후의 록커로 남았는지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를 두고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평가다. 한국배우 유태오가 러시아 영웅으로 추앙받는 고려인 로커 빅토르 최 역할로 주연한 이 음악영화는 12일(현지시간) 현재 전 세계 평단의 별점에서 선두를 겨루고 있다. 역시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한국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아직 16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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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닷새째인 오늘까지 영화제 공식 데일리에 별점이 공개된 영화는 경쟁부문 전체 21편 중 5편. 프랑스 현지 언론에선 ‘레토’가 압도적으로 호평이다. 불어 데일리 ‘르 필름 프랑세즈’ 별점에 참여한 프랑스 매체 15곳 중 6곳이 만점에 해당하는 황금종려 가지를 선사했다. 이어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전쟁 멜로 영화 ‘콜드 워’가 2곳에서 만점을 받았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세계 10개국 평단이 참여한 ‘스크린’ 데일리에선 ‘콜드 워’가 평균 점수로 가장 높은 2.9점(4점 만점), ‘레토’가 2.4점으로 뒤따랐다. 공교롭게도 ‘레토’와 ‘콜드 워’ 모두 흑백영화다. ‘콜드 워’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역시 흑백으로 찍은 영화 ‘이다’로 2015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바 있다.

닷새째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선두에 나선 폴란드 흑백영화 '콜드 워'. [사진 칸영화제]

닷새째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선두에 나선 폴란드 흑백영화 '콜드 워'. [사진 칸영화제]

아직 19일 폐막까지 공개될 경쟁작이 많지만, 현재로선 ‘레토’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은 1980년대 옛 소련 도시 레닌그라드의 로큰롤 태동기 그 자체. 독립 록신의 리더 마이크 나우멘코(로만 빌리크 분)와 아내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센바움 분)는 뮤지션 지망생 빅토르 최를 만나 음악적인 성장과 함께 삼각관계에 빠진다. 젊음이 약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록신과 풋풋한 로맨스는 청춘물로서도 매력적이다. 실존 인물이 모델인 주인공들의 자작곡뿐 아니라 이기팝‧토킹헤드 등 로큰롤 메들리가 흥겹다. 장난스런 애니메이션과 컬러화면이 어우러진 MTV풍 뮤지컬 장면들도 경쾌하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푸틴이 가장 싫어하는 감독”(인디와이어)이라 수식될 만큼 정부 비판적인 작품을 해왔다. 이런 그의 연출 의도는 ‘레토’ 곳곳에 녹아있다. 자유와 낭만을 외치는 청춘들의 로큰롤은 거리‧기차 등 일상 속에서 당시 소련 사회의 보수적인 시대상에 도발적인 균열을 낸다. 영화엔 앳된 청년으로 등장한 빅토르 최는 훗날 옛 소련체제를 붕괴시킨 원인으로 꼽힐 만큼 저항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9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공식 상영에서 주연배우 유태오가 정치적 이유로 가택연금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사진을 새긴 핀 버튼을 들고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공식 상영에서 주연배우 유태오가 정치적 이유로 가택연금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사진을 새긴 핀 버튼을 들고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 EPA=연합뉴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촬영 도중 푸틴 정부에 의해 공금횡령 혐의로 가택연금당해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부재는 오히려 더 큰 존재감이 됐다. 배우와 제작진은 9일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그의 얼굴을 새긴 핀 버튼, 이름이 적힌 보드 등을 들어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개된 영화는 상영이 끝난 후 12분 넘는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오디션에서 2000대 1 경쟁을 뚫고 주연을 따낸 유태오는 개막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제껏 빅토르 최에 관한 영화는 만들려고 하면 번번이 불발됐다 들었다”면서 “감독님은 이 성스러운 예술가를 세상에 다시 내보이면 그 (저항적인) 힘이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말했다”고 작품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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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은 경쟁작들 중엔 이미 수상경력이 있는 한‧중‧일 3개국 거장의 초청작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이다.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에 두 차례나 호명됐던 이란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에브리바디 노우즈’는 지금껏 경쟁부문 상영작 중 최고 스타 페넬로페 크루즈‧하비에르 바르뎀 부부가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주연, 개막작에도 선정됐지만 강한 인상은 남기진 못했다.
제71회 칸영화제는 19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다.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주연배우들이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맨 오른쪽)과 함께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가택연금 해지를 촉구하며 그의 이름을 새긴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주연배우들이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맨 오른쪽)과 함께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가택연금 해지를 촉구하며 그의 이름을 새긴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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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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