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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힘든 MB·진료 받는 朴·입원한 최순실…피고인 투병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확한 건강 상태는,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드셔서….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휴식을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치소) 의무실에서도 (병원) 진료를 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 단계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온 강훈 변호사가 지난 10일 법정서 밝힌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다. 강 변호사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 이 전 대통령을 안 나오게 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재판장(정계선 부장판사)은 "가능한 한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증거조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강 변호사의 말에 "불출석 허가를 원하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현재 불러 신문할 증인은 없다.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증인신청을 아직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압수된 문서나 참고인 진술조서 등 서류로 돼 있는 증거들을 검찰과 변호인이 차례로 살펴보며 각 증거들이 왜 중요한지(혹은 왜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해석하고 반박하는 시간을 먼저 갖기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 [중앙포토]

강 변호사는 이런 "증거조사 때 피고인이 나오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은 것 같고", 이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아 "재판에 계속 나올 수 있는 건강 상태인지도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재판장은 "재판 한 시간마다 10분씩 휴식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되도록 출석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강 변호사가 계속해서 힘들 거란 주장을 하자 "(검찰과) 상의해서 말씀해주시면 그때 가서 판단해 보겠다"고 일단 정리했다.

강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법정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의) 간 수치가 계속 높게 유지돼 구치소에서 외부진료를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진료받던 서울대병원에 가시라고 했는데,특별대우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서 진료를 안 가겠다고 고집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을) 요청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니다. 내 생각이다. 이 전 대통령이 계속 출석하시기에 건강상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해서 재판부에 드린 말씀이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통증 치료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통증 치료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재판에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는 피고인은 이 전 대통령뿐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는데, 매번 '건강상의 이유'를 드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강남 성모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 서울구치소는 "허리디스크 경과 등을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 진료"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구속된 이후 이날까지 총 다섯 번의 진료를 받았다.

도태우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본 박 전 대통령의 최근 상태가 어떤지 전했다. 도 변호사는 재판 초기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로, 당시 변호인단이 총사퇴하며 지금은 변호를 맡고 있지 않지만 종종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도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면서 "1시간 10분(의 접견시간) 중 1시간을 서 계셨다. 허리가 아파 앉지 못하는 상태였다. 평소에도 그렇게 서 계신다고 했다"며 "이런 통증을 방치하는 건 거의 고문에 준하는 반인도적 조치"라면서 "최소한 치료적 목적으로 통제된 병실에서 집중 치료하는 보석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 글은 이틀 만에 166회 공유되었고 137개의 댓글이 달렸다(11일 오후 4시 20분 기준). "안타깝다" "속상하다" "석방해달라" 등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쓴 댓글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는 지난 10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했다. 11일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 17일까지 병원에서 회복한다. 최씨는 수술을 앞두고 딸 정유라씨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딸 정씨도 8일 어버이날에 서울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모녀가 공범관계인 걸 감안해 아직 접견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 최씨는 입원 전날인 9일,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 나와 "재판 중에 수술 허락해 주신 데에 감사드린다"면서 "전신마취 때문에 정신이 없어질까 봐 미리 말씀드린다. 저는 맹세컨대 삼성이나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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