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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회담서 ‘완전한 비핵화’ 빅딜 기대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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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호 34면

‘트럼프-김정은’의 대담판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담판 의제는 분명하다.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을 내놓았다.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선 완전 비핵화라는 종착역까지 언제 어떻게 다다를 것인지 밑그림을 완성시켜야 한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 일괄타결 가능성 #‘한반도 비핵화’ 시 우리 안보이익 지켜야

애초부터 ‘조건부 비핵화’가 논의의 시작이었던 만큼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남·북·미 간의 조율 결과도 구체적으로 담게 될 것이다. 한반도 운명을 바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경제지원과 보상 등에 관한 ‘빅딜’의 결과까지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다. ‘세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북·미는 낙관적이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정상회담은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이 정도까지 온 적이 없었다.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우리가 ‘전 한반도를 비핵화’할 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면서 “양측 모두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북한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90분간 만난 뒤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보상) 조치”를 계속 언급하고, 미국 쪽에선 “단기간의 완전한 일괄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와 협상 결렬 우려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 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폼페이오 간의 사전 조율에서 상당한 이견 조정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의 ‘일괄 폐기론’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론’ 사이에 어떤 접점이 만들어졌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하지만 폼페이오 방북 뒤 미 백악관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 개념 대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개념으로 회담 목표를 다소 하향 조정했다. 그런 만큼 북한도 단계를 대폭 줄인 비핵화 이행시간표를 미측에 제시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대신 ‘전체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쓰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1991년 10월 2∼25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한 구체적 요구를 내놓았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비행기·함선의 한반도 출입·통과·방문 금지 ▶핵우산을 보장하는 조약과 핵무기의 저장·배치 금지 ▶핵무기가 동원되는 군사훈련 금지 등이다.

만약 한반도 비핵화에 북·미가 합의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국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우산 금지’까지 요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자칫 우리 안보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우리의 안보이익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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