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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에서 빼낸 미국인 3명, 아직 억류 중인 6명의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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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10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지로 직접 3인을 마중 나갔다. 3인은 “우리는 우리를 집으로 데려와 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미 국민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국민의 안위를 끝까지 챙기는 정부와 거기에 감동한 국민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3인의 석방은 북·미 간의 난기류를 걷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석방 직후인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인권과 인도주의적인 면에서 아주 잘된 결정”이라고 축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석방이 북·미 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김정은-폼페이오 2차 회담도 순항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담 뒤 ‘만족한 합의’를 말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유익한 회담’과 ‘충분한 합의’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부각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미국인 세 명은 풀려났는데, 한국 국적의 탈북자 및 목사와 선교사 6명은 그대로 억류돼 있다는 점이다. 6명 송환에는 암초가 있다. 중국 내 북한 유경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집단탈북한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의 문제다. 그간 북한은 이들이 납치당했다고 주장하며 송환을 요구해 왔다. 만약 남북 당국자 회담 등에서 6인의 석방을 요구할 경우 맞불로 13인의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당국자 회담에만 맡기지 말고 문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다.

이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들의 조속한 송환을 김 위원장에게 요청한 문 대통령이지만 조만간 있을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에서도 한 번 더 촉구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과 만났던 판문점으로 우리 국민 6인이 귀환하고, 문 대통령이 마중 나가 따뜻이 끌어안는 장면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