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목검 살인 사건'으로 번진 2 대 3 패싸움, 왜?

중앙일보

입력 2018.05.10 19:48

폭행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폭행 이미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2 대 3 패싸움이 '목검 살인 사건'으로 번졌다. 지난달 30일 전북 김제에서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 무리는 직장 동료, 다른 무리는 김제가 고향인 친구들이다.

전북 김제경찰서, 상해치사 혐의 40대 구속
"차 경적 시끄럽다" 항의하자 목검 휘둘러
40대 지체장애인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
경찰 "나머지 4명 기소 의견 검찰 송치"

전북 김제경찰서는 10일 "상해치사 및 공동상해 혐의로 A씨(47)를 구속하고, 싸움에 가담한 B씨(48)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달 30일 0시45분쯤 김제시 검산동 한 편의점 앞 도로에서 지체장애 4급 C씨(41) 등 3명과 싸우다 목검을 휘둘러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2 대 3 쌍방 폭행 사건으로 보고 숨진 C씨의 전·현직 직장 동료 D씨(31)와 E씨(35)도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술을 마시던 C씨 일행은 각각 외제 승용차와 대형 세단을 몰던 A씨가 앞서 가던 B씨에게 경적을 울리며 반대편 도로변에 차를 세우자 "밤에 왜 시끄럽게 빵빵거리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시비가 붙은 양쪽 일행은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다 몸싸움으로 번졌다. 처음엔 서로 주먹과 발로 치고받았지만, A씨가 숫자에서 밀리자 본인 승용차 트렁크 안에서 80㎝ 길이의 목검을 꺼내 마구 휘둘렀다. C씨는 A씨가 휘두른 목검에 머리를 두 차례 맞았다. 해당 목검은 검도 연습용으로 익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음식 배달을 간 업체에 있던 것을 가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10분간 이어진 패싸움은 0시54분 "길에서 싸움이 났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0시55분 현장에 도착하면서 일단락됐다. 경찰은 패싸움이 붙은 5명 모두를 신풍지구대로 데려가 1차 조사를 벌였다. 김제 출신으로 타지에 사는 A씨와 B씨는 이날 앞서 다른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70년생 모임'을 갖고 3차까지 술을 마시고 이동 중이었다. A씨는 경찰에서 "대리운전을 부르려고 '도로변에 차를 세우라'는 차원에서 경적을 울렸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음주운전을 한 A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봤다.

집단 패싸움 이미지. [중앙포토]

집단 패싸움 이미지. [중앙포토]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선·후배 사이인 C씨 일행도 이날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직장을 떠난 E씨가 C씨와 D씨를 보러 김제를 찾은 것이다.

목검을 맞은 C씨는 지구대 조사를 받을 때까지 머리에 피가 나는 등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전 1시40분쯤 C씨가 두통을 호소하자 119구급대를 불러 김제시내 한 병원으로 C씨를 옮겼다. C씨는 오전 3시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일행 2명과 함께 신풍동에 있는 회사 기숙사(아파트)로 귀가했다. 이후 D씨는 집으로 돌아갔고, 객지에서 온 E씨만 C씨 기숙사에서 함께 잤다. C씨는 이혼 후 해당 기숙사에서 혼자 지내 왔다. 날이 밝자 E씨도 오전 8시40분쯤 주거지가 있는 제주도로 떠났다. E씨는 경찰에서 "아침에 기숙사를 나설 때까지만 해도 C씨는 멀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이날 오후 8시14분쯤 기숙사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장 동료 D씨가 C씨가 회사에 안 나오고 온종일 전화 연락을 안 받자 기숙사로 찾아간 것이다. 숨진 당시 C씨의 입에선 피가 약간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좌측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나왔다. 경찰은 C씨가 A씨가 휘두른 목검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C씨 외에 나머지 4명은 모두 경찰에 전치 2주의 병원 진단서를 냈다. 경찰은 A씨와 공범인 B씨에 대해서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되 목검을 쓰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양태영 김제경찰서 수사과장은 "사건 경위가 밝혀진 만큼 11일 A씨 등 4명 모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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