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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예쁘면 공부 못 해도…" 무심코 뱉는 농담? 성희롱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MeToo'#WithYou'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MeToo'#WithYou'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치마 입으니까 예쁘네” 칭찬이랍시고 제 옷차림 품평하는 사람들! 정말 불쾌합니다.’

‘“여자는 서른이 넘으면 아무도 안 데려간다’ 제 나이와 결혼에 관심 좀 꺼주세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ef.go.kr)에 올라온 국민의 댓글 중 일부다. 무심코 내뱉는 농담이나 표현들이 성희롱ㆍ성차별이 되고, 듣는 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여가부는 지난달 9~30일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인식ㆍ문화 개선을 위한 온라인 댓글 행사로 진행한 ’그건 농담 아닌 성희롱‘ 결과를 발표했다.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국민이 따끔하게 일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는 위드유(With You) 캠페인의 일환이다. 총 2349명의 국민이 참여해서 여가부 홈페이지ㆍSNS 계정에 각자의 경험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댓글 내용으로는 여성성ㆍ남성성 등 성적 고정관념에 따라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는 사례 지적이 759건(32.3%)으로 가장 많았다. ”여자면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여자가 일찍 일찍 다녀야지“ ”남자가 쪼잔하게“ 등이 대표적이다.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조직 내에서 개성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여성성을 상대적으로 하찮고 부족한 것으로 생각해서 업무 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성별 고정관념 지적 댓글들

‘여자가 말이야, 여자답지 못하게’
‘여자가 왜 그렇게 무뚝뚝해요? 애교가 없어요?’
‘남자답다’, ‘여성스럽다’. 그냥 나답게, 너답게. 우리답게 지내면 안 되겠습니까?
‘어? 여자가 게임을?’ 전 여자지만 게임을 아주 좋아합니다.
손님들 오면 여자 직원한테만 차 접대 시키는 거
‘여자가 일찍일찍 다녀야지~ 큰일 당한다.’
‘남자가 쪼잔하게….’ ‘여자는 자고로….’
‘여자가 운전하면 꼭 저렇다니까!’
연령대가 40~50대인 여성이면 ‘그 나이에도 생리하나?’
‘여자치곤 많이 먹네.’ ‘남자가 깨작깨작 먹네.’
‘힘은 남자가 써야지.’ ‘여자는 내숭을 부려야 해.’
‘여자가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예뻐할래야 예뻐할 수가 없어!’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핑크색. 공주님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외에도 성적 대상화나 외모 평가, 결혼ㆍ출산 고정관념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 소망이 많았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언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447건(19%)이었다. 여자만 있는 테이블에 “여기는 꽃밭이네”라고 하거나 “남자는 능력, 여자는 얼굴이지. 여자가 예쁘면 공부 못 해도 돼”라는 식이다.

성적 대상화 지적 댓글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지.’
‘여자가 술 좀 그만 먹지.’  
‘힘센 x대리가 들어.’
‘여자가 조신해야지.’ ‘그래가지고 시집가겠어?’
엄마가 수술을 반대하시면서 ‘어디 결혼도 안한 처녀가 몸에 칼을 대.’
여자직원은 사무실의 꽃이며 외모가 예뻐서 남자직원들의 눈을 정화시켜 주어야 한다
밥먹었냐 묻길래 배불러서 아직이요 했더니 처녀가 벌써 배가 부르면 안되지
여자 나이는 25세, 크리스마스
소개팅한 여자 사진을 돌려보며 점수를 매기는 것
‘캐디가 처녀여서 오늘 공이 잘 안 들어가네’
여자만 있는 테이블에 ‘여기는 꽃밭이네~’
‘○○○씨 얼굴이 푸석한 것을 보니 어제 밤에 좋은 일 있었나봐?’
‘○○씨는 시집 안 가? 옷을 그렇게 입고다니니 누가 좋아하나?’
‘남자들이 싫어할 스타일인 거 같은데 애교 없죠? 남자는 애교 있는 여자 좋아해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얼굴이지. 여자가 예쁘면 공부는 못해도 돼.’
근무 중에 사장이 직원에게 안마 시키기
회식이나 엠티, 야유회 등에서 여자들을 향해 ‘기쁨조’라고 하기
‘찢어진 스타킹이 아주 인상적이야’

또한 “가슴이 아스팔트네” “여자는 화장하는 게 기본 아닌가”처럼 옷차림ㆍ체형 등 외모를 평가하는 성희롱 사례도 298건(12.7%) 담겼다. “여자는 시집 잘 가는 게 최고지” 식의 결혼ㆍ출산 관련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지적도 137건(5.8%)으로 뒤를 이었다,

외모 평가 지적 댓글

아무래도 여성은 화장을 해야하는 게 기본이라는 인식?
“남자들이 좋아할 얼굴(몸)이네”
“살찐 것 같다. 운동 좀 하지?”, “너무 말랐는데 많이 좀 먹어.”
모두가 웃을 때 듣고 있는 저는 울고 있어요.
가슴이 절벽이니, 아스팔트니.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여가부는 참여자 중 100명을 선정해서 소정의 선물을 제공한다. 댓글에 담긴 일부 사례들은 일상 속 성차별적 언어 개선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무심코 행해지는 성희롱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일상에서 더불어 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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