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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과학상 타려면…37세 연구 시작, 수상까지 22년 걸려

중앙일보

입력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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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노벨 과학상. 한국인은 아직까지 수상자가 없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경우조차 드물어 우리에게는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노벨 과학상은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의 3개 분야가 있는데, 통상 해당 분야의 선도적인 업적을 가진 과학자가 수상한다. 그렇다면 수상자들은 연구에 얼마나 오랜 기간을 투자했을까.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놨다. 1945년부터 2015년까지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447명의 연구 기간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수상자들은 평균 37.1세에 핵심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도 물리학 37.1세, 화학 37.6세, 생리의학 36.6세로 큰 차이가 없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59세였다. 30대 중후반에 시작된 연구가 노벨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평균 22년이 걸렸다는 얘기다. 특히 노벨상 초기인 1940년대에는 연구 시작부터 수상까지 평균 18.5년이 걸렸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29.2년이 걸린다. 점차 수상까지 걸리는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0대에 주창한 이론이 입증되고 연구 성과가 상용화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기간이 긴 이유는 이 상이 주로 핵심 이론을 이른 시기에 주창한 학자의 공로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지만, 이웃 일본은 수상자가 22명(일본계 미국인 포함)에 달한다. 특히 대다수는 2000년대 이후 수상자다. 오랜 과학에 대한 투자가 최근 들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의 강점은 연구자들이 이른 나이부터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문화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종합과학연구소인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이 대표적이다. 1917년 설립돼 지난해 100년을 맞은 RIKEN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 3명을 배출한 노벨상의 산실이다.

노요리 료지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앙포토]

노요리 료지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앙포토]

연구 실적이 빨리 나오지 않아도 연구비 지원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RIKEN의 특징이다. 노벨 화학상을 받고 RIEKN 이사장을 역임한 노요리 료지 교수는 지난 2016년 방한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에서 대발견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단 20~30년에 걸친 장기간 연구를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젊은 학자들이 장기간 연구를 할 수 있는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연구 지원금의 82%를 교수 중 10%가 독식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중견급 이상 교수들이다. 또 대부분의 연구 과제를 정부가 정해 발주하는 식이라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고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과제를 정해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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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요리 료지 교수는 "젊은이는 고령자보다 압도적인 상상력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연로한 스승이나 상사가 제시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만 집중한다면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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