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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합의 탈퇴는 대북 메시지”…트럼프의 복심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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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이란 핵 합의(JCPOA)의 탈퇴를 통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JCPOA 파기 선언(8일) 딱 일주일 전인 지난 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가량 앞둔 가운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對北) 메시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북한과 회담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인 트럼프 정부가 북한, 이란 정부와 평행선을 달려왔던 주요 의제는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를 파기한 이유도 이 합의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는데 국한돼 있으며, ICBM 등을 다루고지 있지 않아서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뿐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핵 무기 포기와 더불어 ICBM 폐기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지난 7일엔 미 국무부가 북한이 중단을 약속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위성 발사에 탄도 미사일 기술이 사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계속하겠단 뜻을 고수했다. 앞서 지난 2016년 8월 현광일 국가우주개발국 현광일 과학개발부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더 많은 지구관측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이처럼 북한·이란이 ICBM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체제 유지’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 수정안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과 사찰 등이 포함돼 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방어적 억제용’이기 때문에 새 수정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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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북·미 회담을 코 앞에 두고 JCPOA 파기를 단행한 건 대북(對北) 압박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북핵 해결 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변형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이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이미 두 차례(1993년·2003년) 탈퇴한 전력이 있으며, 이란과 달리 핵 무기 및 ICBM 능력을 ‘실제로’ 갖췄다는 사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파기 결정과 관련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백악관 NSC 관계자 역시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PVID냐”는 질문에 “그렇다. 기존 CVID에 탄도미사일과 기타 분야들이 더해질 것”이라며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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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변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구체적인 협상 카드를 꺼낼지 여부다.

 영국 보수당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헤이그 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파기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느 미국 대통령보다 더 오래 집권할 김정은은 트럼프보다 미국의 약속 이행에 더 관심이 많다. 트럼프 정부의 JCPOA 파기는 (북한과의 합의에 있어서도) 약속 불이행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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