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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피부과 프로포폴 맞은 20명 패혈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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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집단 패혈증 증상을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는 패혈증 쇼크로 인해 혈압이 뚝 떨어져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처럼 주사제 오염에 의한 세균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주사제 변질 가능성 등 조사

8일 경찰·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피부과에서 진료받은 환자 21명 중 20명이 이날 오후 패혈증 증세를 보여 대형병원으로 실려갔다.

환자들은 피부과에서 마취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뒤 피부색을 밝게 하는 시술, 주름을 개선해주는 시술 등을 받았다. 그 동안 프로포폴 과다 사용으로 사망한 경우는 있어도 세균 오염 사고는 발생한 적이 없다.

경찰은 피부과 원장 박모(43)씨 등 의료진을 상대로 의료사고, 프로포폴 관리·적정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피부과는 피부 미용 시술을 주로 해왔다. 최근 리프팅·토닝 시술 등 10회 단위 패키지로 묶어 할인 이벤트를 해서 환자를 모았다.

경찰은 1차 현장 감식을 끝내고 질병관리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식약처 등과 합동 조사를 벌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사제가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피부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로포폴 주사제에는 대두 기름 성분이 들어가는데, 이대목동병원 사건 때 문제가 된 지질영양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간다”라며 “주사제가 제조 중 오염된 건지, 의료기관에서 혼합이나 투여 과정에서 오염됐는지 살펴봐야 하지만 후자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약에 문제가 있으면 같은 약을 쓴 다른 병원에서 사고가 났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없어 주사제 오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패혈증

세균·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이 나타나는 상태. 발열·저혈압·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심하면 숨질 수 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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