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만난 스크린 스포츠 어느새 5조원 시장

중앙일보

입력 2018.05.09 00:02

업데이트 2018.05.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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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시초 격인 스크린골프는 국내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골프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스크린야구와 스크린축구, 스크린승마도 등장했다. [사진 골프존뉴딘그룹]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시초 격인 스크린골프는 국내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골프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스크린야구와 스크린축구, 스크린승마도 등장했다. [사진 골프존뉴딘그룹]

직장인 권장환(34) 씨는 요즘 가상 현실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1~2회 회사 동료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기던 권 씨는 최근엔 스크린야구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3월부터 스크린야구 사내 동호회까지 만들었다는 그는 “예전엔 실외 야구장을 찾아가 사회인 야구를 했는데, 요즘은 스크린야구로 바꿨다. 실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며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크린골프와 스크린야구는 실제로 야외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처음 입문한 사람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2007년 1천억 시장 … 10년새 50배
골프로 출발, 야구·복싱·육상까지
한국 특유 ‘방’ 문화와 결합해 성장
장비·기술 고도화로 영역 넓어져

실내에서 즐기는 시뮬레이션 스포츠가 새로운 여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원조인 스크린골프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더니 최근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업계에선 2007년 1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시뮬레이션 스포츠 시장 규모가 종목의 다양화를 통해 2013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5조원까지 커졌다고 보고 있다. 10년 새 시뮬레이션 스포츠 산업 규모가 50배가량 커지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난 것이다.

골프 산업과 인구 키운 스크린골프

좁은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어 새롭게 인기를 끄는 스크린볼링. [사진 골프존뉴딘그룹]

좁은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어 새롭게 인기를 끄는 스크린볼링. [사진 골프존뉴딘그룹]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인기를 이끈 건 단연 스크린골프다.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이 지난해 11~12월 진행한 골프 인구 조사에서 스크린골프 인구는 전년보다 66만 명 증가한 351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구력 2년 이하의 신규 골퍼들 중엔 85.5%가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 후반 연습용으로 시작된 국내 스크린골프는 현재 20여 개 업체가 7000여 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5월 조사한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규모는 약 1조200억원으로 일반 필드 골프(3조1650억원)의 32% 수준이었다. 2000년 5월 가장 먼저 스크린골프 사업을 시작한 골프존이 시장점유율 60%로 1위지만 카카오VX, SG골프 등 후발 주자들이 맹렬한 기세로 뒤쫓고 있다. 김용구 골프존 기획실 상무는 “스크린골프로 골프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다. 그 결과 시장의 파이가 커졌다”며 “골프존의 경우 매출의 5~10%를 연구 개발(R&D) 분야에 투자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크린골프이 장점은 가까운 곳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골프를 즐기려면 최소한 1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비해 스크린골프는 1만5000원 내외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노래방, PC방 등 한국 특유의 ‘방’ 문화가 결합하면서 스크린골프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김국종 3M골프경영연구소장은 “2007~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골프장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골프장에 가지 않던 사람들이 스크린골프로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 산업의 붕괴를 막았다. 골프 산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스크린골프가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가 골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당분간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소장은 “스크린골프의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이상으로 커졌지만 실내연습장은 2000억~3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스크린골프 시장은 이제 성숙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스포츠

스크린 스포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골프존은 IT 기술력과 온·오프라인 네트워크에 3D 그래픽까지 결합한 가상현실(VR) 스크린골프를 개발했다. 또 골퍼의 타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시뮬레이터 시스템까지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VX는 국내 최초로 음성 인식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서비스를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스크린 넘어 IT 최첨단 기술까지 적용

직장인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른 스크린야구. [사진 리얼야구존]

직장인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른 스크린야구. [사진 리얼야구존]

스크린골프로 시작된 국내 시뮬레이션 스포츠는 2014년 야구로 확대됐다. 2014년 5월 리얼야구존이 처음 등장한 스크린야구는 현재 10여 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년 시장 규모가 5000억원(2017년 기준) 수준까지 커졌다. 업계에선 2020년엔 연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끄는 데다 추운 날씨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져 매년 이용객이 늘고 있다. 손웅철 리얼야구존 마케팅팀장은 “900여 만명의 누적 고객 빅테이터를 활용해서 게임밸런스를 조정하고,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실제 야구공을 사용하고, 공 구질 연구 개발도 다양화해 고객들 사이에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스크린야구에 이어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속속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골프·야구의 뒤를 이어 복수의 볼링 업체들이 시뮬레이션 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테니스, 낚시, 사격 등도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5월 수원 빅볼볼링장 내에 스크린 볼링 서비스를 시작한 빅스크린볼링의 조수영 대표는 “기존 볼링에 비해 시설비가 저렴하다. 여기에 볼링의 다양한 게임화, 온라인 시합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 멀티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크린 승마는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현실(VR) 축구 체험을 하는 어린이. [사진 풋볼팬타지움]

가상현실(VR) 축구 체험을 하는 어린이. [사진 풋볼팬타지움]

스크린을 넘어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스포츠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에 있는 풋볼팬타지움은 축구와 VR·AR 기술을 결합한 온라인 테마파크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기기를 착용한 뒤 페널티킥을 막거나 찰 수 있고, 드리블, 코너킥, 프리킥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정의석 풋볼팬타지움 대표는 “페널티킥은 속도 측정도 가능하고, 프리킥은 발의 각도도 변경할 수 있다. 게임에만 머물지 않고, 유소년 선수들이 즐기면서 축구 기술을 가다듬는데도 효과적”이라면서 “아시아의 첫 체험형 축구박물관이라는 콘셉트로 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 발달과 더불어 피트니스 분야에도 VR이 적용된 서비스가 등장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매니 파키아오와 직접 대전하거나 그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하면서 움직임과 속도, 펀치 강도, 열량 소모량 등을 측정·저장할 수 있는 VR 복싱 프로그램이 나왔다. 스포츠몬스터, 레전드 스포츠 히어로즈, 몬스터타운 등 스크린, VR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까지 등장했다. 스포츠몬스터에선 육상 장애물 달리기, 핸드볼 슈팅 막기, 트램펄린, 자전거 레이싱 등 가상현실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전망도 무척 밝은 편이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시뮬레이션 스포츠를 통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포츠 산업 발전으로 연결되고, 스포츠를 실제로 하는 인구가 많아지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스포츠 문화를 확산시키고,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시뮬레이션 스포츠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석 대표는 “장비들이 고도화되면서 시뮬레이션 스포츠의 영역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단순한 즐길거리를 넘어서 교육·의학·지리학 등과 시뮬레이션 스포츠가 결합하면 그에 따른 파생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뮬레이션 스포츠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현실감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국제적인 시장 창출을 통해 시뮬레이션 스포츠를 미래 스포츠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 교수는 “현실감을 줄 수 있는 기술개발이 앞으로 시뮬레이션 스포츠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적인 조직을 창설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등 이 분야의 거버넌스를 확보해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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