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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UFC만큼 치열한 청도 소싸움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싸움소들의 놀라운 격투기술, 8돌 맞은 청도 소싸움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내기(베팅)할 수 있는 '싸움판'이 있다. 경북 청도 소싸움이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청도 소싸움은 전통시장 한편에서 슬며시 벌어지는 아마추어 소 싸움판이 아니다. 이종 격투기 UFC처럼 소들의 공인된 내기 싸움판이다. 1인당 한 번에 100원~10만원을 걸 수 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박진감 넘치는 싸움소들의 한판에 지난해에만 국내외 관람객 67만4251명(매출액 304억원)이 청도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은 377만4005명. 내기로 오간 돈만 1111억원에 이른다. 청도 소싸움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만 경기(각 12경기)한다. 보통 한해 100여일간 1200여 경기가 열린다.

청도 소싸움이 올해로 8돌을 맞았다. 올해 소싸움 경기는 지난 1월 시작됐다가 최근 잠정 중단됐었다. 구제역 확산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재개됐다. 잠시 숨을 고른 만큼 올해 소싸움판은 더 치열해진 분위기다. 갑종(800㎏~무제한), 을종(700㎏~800㎏ 미만), 병종(600㎏~700㎏ 미만)으로 체급을 나눈 싸움소 320여 마리가 12월까지 1200여 경기를 벌인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소싸움의 승패는 최대 30분 이내에 상대 소가 힘에 밀려 뒤로 계속 물러나거나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 승부가 갈린다. 그래서 이종 격투기처럼 소싸움판에도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근성과 투지, 상대를 제압할 격투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다.

소싸움판의 격투 기술 

실제 싸움소들은 다양한 격투 기술을 익힌다. 우선 '뿔치기'다. 단단한 뿔로 상대의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순간 모든 힘을 뿔 주변에 바짝 주고 들이받기 때문에 상대에겐 충격이 전해지고, 상처를 만든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두 번째는 소싸움판의 진수라는 '뿔 걸이'이다. 상대의 뿔에 내 뿔을 순간적으로 걸어, 체중을 확 실어 순간 목을 비틀어버리는 기술이다. 목이 순간 확 젖어진 상대는 잠깐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상대 소는 더 싸우겠다는 근성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뒷걸음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밀치기'도 싸움소들은 꼭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머리를 들이받고 무작정 힘으로 미는 것이다. 근력을 이용하는 격투 기술로 상대를 자연스럽게 뒷걸음치게 한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고급 기술에 속하는 '목감아돌리기'도 있다. 얼굴을 상대 목 아래에 쑥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들어버리는 기술이다. 씨름판에 '들배지기'와 유사한 격투 기술이다.

최근 생겨난 응용 격투 기술도 여러 개 있다. '모듬치기', '울장치기', '들치기'다. 모듬치기는 순간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뛰어나가는 듯이 상대를 들이받으며 '밀치기'하는 기술이다. 소싸움 경기장을 싸움소 주인들은 '울장'이라고 부른다. 울장치기는 상대 소를 경기장 구석까지 몰아놓고 계속 밀어붙이는 격투 기술이다. 이종 격투기나 복싱 경기에서 상대를 코너에 몰아놓고 계속 공격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들치기는 한번 밀치기로 상대를 확 밀었다가 다시 뒤로 빠지고, 또 앞으로 뛰어들어 밀었다가 뒤로 빠지는 응용 기술이다. 허남수 청도공영사업공사 경기운영팀 담당은 "격투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며 "경기장에 들어온 소들은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사람들의 격투기처럼 눈싸움을 하며 기백을 보여준다. 실제 단순히 노려만 보다가 싸움을 피해버리는 싸움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십전대보탕에 개소주 먹는 싸움소 

싸움소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반 소와 달리 먹는 것도, 훈련도 특별하다. 기본 식사로 쇠죽을 하루 두 번 또는 세 번 먹는다. 덩치에 따라 네 번 먹는 싸움소도 있다. 먹는 양은 하루 60㎏ 정도다. 볏짚에 풀과 메주콩·옥수숫가루·쌀가루를 섞어 만든 쇠죽이다. 필요에 따라 한약재인 당귀·황기 등이 첨가된다. 십전대보탕과 낙지를 먹는 싸움소도 있다. 과거엔 '개소주'를 특식으로 먹은 싸움소들도 있었다고 한다. 여름엔 수박도 먹는다. 영양제를 쇠죽에 섞어 넣어 먹는 소도 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훈련 방식도 재밌다. 타이어를 끼운 말뚝을 훈련 도구로 사용한다. 말뚝 아랫부분을 머리로 들이받은 뒤 뿔로 타이어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200㎏ 타이어를 끌고 공터를 돌고, 산을 주인과 함께 오르기도 한다.

청도 소싸움은 소싸움 계의 '메이저' 대회다. 싸움을 좀 한다고 해서 무조건 참가할 수 있는 싸움판이 아니라는 의미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 오르는 싸움소들은 경남 의령, 충북 보은 등 전국 11개 민속 싸움소 대회에서 8강 이상 오른 실력자들이다. 8강 이상 오른 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 와서 예비 소로 등록해 싸움판에 올라 다시 검증을 받아야 정식으로 청도 소싸움 싸움소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한판 승부를 내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복싱 신인전처럼 기량검증 통과해야 싸움판으로 

청도 소싸움 경기장 전경.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 전경.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 인근의 모습. 싸움소와 소 주인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 인근의 모습. 싸움소와 소 주인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복싱 신인전 처럼 기량검증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다. 출전신청서를 작성하고, 추첨을 받아 서로 한판 붙어 최소 2승을 해야 청도 소싸움 대회 예비 소로 등록이 가능하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청도 소싸움은 합법적인 내기가 가능해 우주들이 수익을 낼 수 있고, 전국 내로라하는 싸움소들이 몰리기 때문에 싸움소 자체의 이름도 전국에 알릴 수 있어 청도 싸움판에 전국 싸움소가 올라가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 전경.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 경기장 전경.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이 열리는 청도 소싸움 경기장은 모래가 깔린 원형 싸움장(760㎡)이다. 원형 싸움장 안에는 심판이 있다. 그런데 일반 심판과는 좀 다르다. 싸움소들의 싸움을 붙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검은색 방검복(관통상에 대비해 입는 안전 조끼)을 입은 조교사들 이야기다. 청도 소싸움판엔 조교사 22명이 있다. 이곳은 돈을 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소싸움장이다. 당연히 판정단도 있다. 있다. 소싸움장 개장 후 시험을 거쳐 심판 자격증을 딴 공인된 판정 심판 12명이 공정한 승패를 책임진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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