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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 “영미, 영미~” 컬링 드라마, 온국민 하나 만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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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회부문 여자컬링대표팀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민정 감독과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선수(왼쪽부터).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 감동을 안겨줬다. [중앙포토]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민정 감독과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선수(왼쪽부터).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 감동을 안겨줬다. [중앙포토]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아홉 번째 영예를 안은 올해 수상자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를 세계에 떨치고 새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이홍구 전 총리,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맡았다. 이홍구 심사위원장은 “기성세대의 과거 업적을 포상하는 기존 상들과 차별화해 인류 문명의 변혁기에 젊은 세대의 미래 가능성을 격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컬링 불모지서 역경 이겨낸 ‘팀 킴’ #세계 1~5위 연파, 평창 은메달 쾌거 #비인기 종목 딛고 국민 통합 기여

“영미, 영미~!”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린 지난 2월, 전국 방방곡곡엔 ‘영미’ 를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의스킵 김은정이 스위핑하는 리드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던 “영미~!” 는 순식간에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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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겨울 ‘영미’는 대한민국 전 국민의 ‘누이’ 이자 ‘딸’이었다. “영미, 영미~!” 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주문이기도 했다. 컬링 불모지인 한국에서 여자컬링대표팀은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잇달아 연파하면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들의 눈부신 선전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위안을 얻었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영미~!”를 외치면서 전 국민은 하나가 됐다. 비인기 종목인 컬링이 국민 통합(Solidarity)에 기여한 것이다.

한국에서 컬링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여자컬링대표팀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면서 대한민국에 ‘컬링 신드롬’을 일으켰다. 컬링대표팀이 은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예선에서 세계 1~5위를 잇달아 꺾었고, 4강전에서는 연장 끝에 일본을 물리쳤다.

컬링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의성여고 동창 김은정(28)과 김영미(27)는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24)는 컬링장에 들렸다가 얼떨결에 입문했고, 김선영(25)이 나중에 가세했다. 김경애가 교실 칠판에 ‘컬링 할 사람’이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 그의 친구인 김선영이 컬링 팀에 합류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김 씨다. ‘팀 킴’의 동화같은 스토리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에는 ‘컬링 신드롬’ 이 생겨났다. 거실 바닥에 로봇 청소기를 던진 뒤 막대 걸레로 닦는 패러디 영상이 줄을 이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세계적인 언론은 이들이 마늘이 유명한 의성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갈릭 걸스(Garlic Girls)’란 별명을 붙여줬다.

김은정은 “한국은 컬링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런데 팀이 하나가 돼 좋은 결과를 얻자 많은 국민들이 격려해주셨다”며 “10년이 넘도록 컬링이 어떤 운동인지 설명하기 바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올림픽이 끝난 뒤 공중목욕탕에 갔는데 주위 분들이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지난 3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당시엔 3시간 동안 운전을 해 경기장을 찾아온 응원 온 교민 한 분이 ‘컬링대표팀 덕분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말씀해주셔서 울컥했다”고 밝혔다.

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로봇 청소기 TV 광고를 찍었다. 김영미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농담처럼 ‘청소기 광고를 찍으면 어떨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꿈이 현실에서 이뤄졌다”며 웃었다. 김경애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컬링대표팀

김민정(감독) 1981년생 ▶영남대 사회교육대학원 석사, 김은정(스킵) 1990년생 ▶대구대 스포츠레저학과 학사, 김영미(리드) 1991년생 ▶대구카톨릭대 아동학과 재학, 김선영(세컨) 1993년생 ▶경북대 생태시스템학부 재학, 김경애(서드) 1994년생 ▶경북대 생태시스템학부 재학, 김초희(후보) 1996년생 ▶경북과학대 사회체육화 학사, ▶이상 경북체육회, 컬링국가대표 ▶2018 평창올림픽 은메달, 2018 세계선수권 5위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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