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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 엔터 결합 … 155만명 방문, 1430억 경제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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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2~6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에서 열린 C-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서울 맛집 명소가 차린 푸드트럭 앞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사진 코엑스]

지난 2~6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에서 열린 C-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서울 맛집 명소가 차린 푸드트럭 앞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사진 코엑스]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은 창업 준비생 김용학(30·성남시 판교동) 씨는 4일 서울 강남 삼성동을 향했다. 이날 코엑스에서는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의 강연이 열렸다. 본명이 조슈아 캐럿인 ‘영국남자’는 유튜브에서 구독자 250만 명을 거느린 스타급 개인 크리에이터(콘텐트 제작자)다. 그는 ‘콘텐츠, 로켓을 쏘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기 콘텐트의 소비 트렌드, 재미있는 영상물을 만드는 노하우, 기업은 어떻게 콘텐트를 판매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등을 강의했다. 김 씨는 “디지털 콘텐트 산업에 대해 눈을 뜬 기분이었다. 입장료 10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엑스 C-페스티벌 5일간 성적 #먹고마시는 행사서 보고듣는 행사 #입장료 10만원 강연도 빈자리 없어 #닷새간 903명 고용유발 효과도

지난해 여름 태국을 다녀온 대학생 정진후(22) 씨는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가 ‘태국 부스’를 발견하고는 선뜻 입장했다. 태국대사관이 운영한 이 부스에는 현지에서 직송한 열대 과일 망고스틴, 태국인이 직접 요리한 똠얌꿍 등을 시식용으로 내놨다. 한쪽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쓰면 링 위에 올라 무에타이 동작을 배우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정 씨는 1만원의 입장료를 냈지만 “잊혀가던 태국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강연과 외국 소개 부스는 모두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 축제 ‘C-페스티벌 2018’의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였다. 올해 4회째인 C-페스티벌은 한국무역협회, 서울 강남구, 코엑스 MICE 클러스터 위원회가 주최하고 코엑스가 주관하는 국내 대표적인 ‘MICE’행사다. 무역센터를 아시아 마이스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육성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비어페스티벌을 찾은 방문객들. [사진 코엑스]

비어페스티벌을 찾은 방문객들. [사진 코엑스]

올해 C-페스티벌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에서 진일보해 ‘보고, 듣고, 그래서 남는 게 있는’ 행사로 꾸며졌다. 오수영 코엑스 홍보실장은 “마이스 산업도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영국남자, 배달의민족 관계자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강연 프로그램 같은 것도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콘텐트와 결합에는 K팝도 한몫했다. 닷새간의 축제 기간 ‘나는 가수다’에서 가왕으로 장기 집권한 뮤지션 선우정아를 비롯해 인기 아이돌 황치열, 몬스타엑스, 우주소녀가 외국인 관객을 끌어모았다. 울란바토르 출신 인디밴드 ‘더컬러스’, 태국 인디밴드 ‘옐로우 팽’ 등도 국내외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마이스 산업 전통의 테마인 ‘먹고 마시는’ 행사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비어페스티벌에서는 국내 크래프트 비어 제조업체 27곳이 참가하고 해외 유명 맥주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에서 맛있는 식당으로 소문난 32곳이 주변에 푸드트럭으로 입점했다. 와인 바자회 행사에서는 시중 가격보다 최대 70%나 할인된 가격에 와인을 판매하면서, 구입한 제품을 인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별도의 돈을 내지 않고 마실 수 있도록 해 호평 받았다.

C-페스티벌 2018

C-페스티벌 2018

이 축제의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은 7일 보고서를 내고 143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축제 기간 15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모두 804억원을 지출하면서 생산이 늘어나고 지역상권의 소득이 올랐으며 세수(稅收)도 늘어났다. 실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지난달 27일에서 이달 4일 사이에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41.2%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발이 묶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늘면서 올해 중국인 매출 신장률만 174%에 달했다.

C-페스티벌은 고용 유발효과도 컸다. 행사장 설치와 운용은 물론 비어페스티벌과 푸드 트럭 등 행사가 다채로워지면서 903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관계자는 “보이는 소득 외에 강남 마이스 관광특구를 세계인들에게 알린 홍보 효과 등 무형의 수익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코엑스 이동원 사장은 “이번 C-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가 코엑스와 무역센터 일대를 마이스 산업 중심지로 브랜딩해 나가는데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는 글로벌 마이스 산업의 특성에 맞게 C-페스티벌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 산업은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며 새로운 사업군으로 뜨고 있다. 마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배가 넘고 체류 기간은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스 산업 자체에서 발생하는 이익 외에 행사 기획·주최·숙박·음식점 등 부대 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결돼 부가가치도 크다. 인구 580만 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다. 마이스 산업에서만 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3%에 달하던 국가 실업률을 1%포인나 떨어뜨렸다.

국제회의만 따지면 한국은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총 1만1000건 회의 중 997건을 개최해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526건으로 3위, 부산이 142건으로 14위에 올라있다. 서울시는 2016년 ‘세계 3대 마이스 도시 도약’을 내걸고 육성에 나서고 있다.

◆MICE 산업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 & Exhibition)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한 단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뛰어나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린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1인이 한국을 찾아와 쓰는 돈은 156만원에 달한다. 대규모 비즈니스 관광을 유치하고, 방한한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해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게 마이스 산업의 핵심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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