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어나는 드루킹 혐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씨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에만 집중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드루킹의 혐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반면 드루킹과 공모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답보를 넘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드루킹의 처음 범죄 사실 외에 추가로 댓글 조작 혐의를 확인했다. 당초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 1월 17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기사 1건에 달린 댓글 2개에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이용, ‘공감’을 클릭해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매크로가 사용된 댓글이 50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여기에 동원된 아이디도 최초에는 614개로 파악했으나, 이후 2290개로 늘어났다. 또 해당 기사 외에 이틀(1월17~18일) 동안 675개 기사 댓글 2만여개에도 매크로를 사용, 댓글 순위를 조작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드루킹이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에 대한 수사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초 김씨를 포함해 3명을 긴급체포한 경찰은 현재 경공모 회원 가운데 범행에 가담한 핵심 인물 21명을 추가로 입건,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입건된 피의자는 모두 30명에 달한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드루킹 체포 44일만인 지난 4일 김 의원을 소환조사했지만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아니라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필요한 참고인 신분으로서였다. 김 의원이 매크로 댓글 조작을 미리 알고도 이를 지시했는지, 보좌관 한모(49)씨가 드루킹 측에서 받은 500만원에 인사청탁 성격이 있는지 등을 밤샘 조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김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소환 조사를 통해 면죄부를 얻은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은 소환 조사 이후 경남도지사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모든 내용을 소명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같은 부실 수사는 초기부터 예고된 측면이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반려로 김 의원의 통신, 계좌 내역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기초자료없이 단순히 김 의원을 불러서 캐묻는 수사로는 혐의 입증에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김 의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긴 힘들 전망이다.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재신청이나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과 관련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할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김 의원 소환 조사에서 진술 내용 진위 여부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른 부분은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