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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교류 물꼬 트이나?…자치단체 재개준비에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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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3일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측으로 출경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11년 5월 23일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측으로 출경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국 자치단체들이 북한과의 교역 등 경제협력과 문화·관광·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재개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예정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해서다.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철도·도로를 이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자치단체 전담팀 꾸려 북한과 경제협력 모색 #문화·관광·체육 등 다양한 분야 교류도 추진 중 #아시안 하이웨이 등 철도·도로 잇자는 움직임도

남북 교류는 2010년 3월 25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따른 정부의 5·24 북한 제재(교역중단과 신규 투자불허 등)로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이전까지는 많은 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교류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을 알아본다.

2011년 5월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측으로 출경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11년 5월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측으로 출경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부산시는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해 지난 4일 해운항만·수산·기간산업·일자리 관련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오는 9일 첫 회의를 연다. 북한과의 협력사업 발굴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달 말에는 2015년 항만공사·상의·기업·교수 등 23명으로 구성한 통일경제협의회를 개최해 경제협력 사업의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오는 8월에 한·중·러 복합물류 루트 사업 재개, 11월 중에는 북방 물류개척단 파견을 검토하고, 유라시아 청년 대장정과 북방경제 도시협의회에 북한을 포함하는 문제도 상황에 따라 검토한다는 게 부산시 계획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한,중,러 복합물류 루트 노선. [부산시]

부산시가 추진하는 한,중,러 복합물류 루트 노선. [부산시]

부산시가 추진하는 올해 유라시아 청년 대장정 루트.

부산시가 추진하는 올해 유라시아 청년 대장정 루트.

경기도는 그동안 추진해 왔거나 중단된 대북 결핵 치료제 지원사업, 남북 말라리아 공동 방역, 산림 병해충 방제, 개풍 양묘장 조성·운영 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도 균형발전기획실이 담당 부서와 협의해 북한과 접촉해 협의하고, 이후 통일부에 승인을 요청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 추진단’을 구성·운영한다. 권순신 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은 “추진단은 행정2부지사를 단장으로 해 7개 팀으로 구성하고 민간자문단 7명도 참여한다”며 “앞으로 각 사업부서에서 정부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신규 사업도 발굴한다. 각 실·국에서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면 균형발전기획실이 타당성을 검토해 북한과 협의하고 통일부 승인을 받기로 했다. 사업 아이템을 받은 추진단은 우선 9일 제1차 추진상황 보고회를 연다.

아시안 하위웨이 표지판. [산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제공=연합뉴스]

아시안 하위웨이 표지판. [산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제공=연합뉴스]

인천시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인천시·북측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박찬훈 인천시 정책기획관은 “NLL 해역에 공동어로 조성과 수산물 교역을 추진하기 위해선 해당 해역의 수산자원 연구가 선행되고 어업권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남북 실무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수산자원 연구의 경우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와 무관해 당장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또 중국에서 북한을 경유해 인천항으로 이어지는 신규 크루즈 항로 개설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중국발 크루즈 관광 코스에 북한 경유가 추가되면 인천과 북한의 관광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시는 남북 평화도로 건설과 교동 평화산업단지 조성, 고려 개국 1100주년 기념 남북 공동 국제학술대회, 한강하구 공동 이용방안 연구, 이북5도민 등 실향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통일 회관 건립,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반도의 아시안하이웨이 노선. [한국도로공사 제공=연합뉴스]

한반도의 아시안하이웨이 노선. [한국도로공사 제공=연합뉴스]

대구시는 우선 경제협력보다는 교류협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채보상운동 사료 발굴이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2016년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국채보상운동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위해 중국 연변 학자들을 통해 북측 사료 발굴에 나섰으나 무산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1907년 나랏빚을 갚기 위해 벌인 국채보상운동의 사료를 남북이 함께 발굴해야 한다”며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당시 서북지역 국채보상운동 지부장을 맡았다는 자료가 있다”고 사업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북측에 가칭 '국채보상운동 남북공동 조사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시안하위웨이 1호선(아래)과 6호선(위). [한국도로공사 제공=연합뉴스]

아시안하위웨이 1호선(아래)과 6호선(위). [한국도로공사 제공=연합뉴스]

경북도는 철도·관광 등 5개 사업을 남북 경제협력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2014·2015년 러시아산 유연탄을 나진항에서 포항 포스코 등에 운송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추진한다. 물류비 10~15% 절감 효과가 있던 이 사업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단됐다. 경북도 측은 “남북 화해로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이 재개되면 포항 영일만항은 북방물류 중심 항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도는 포항 영일만항에 국제여객 부두를 조성해 남북과 러시아·중국·일본을 연결하는 환동해 크루즈 상품과  포항에서 금강산과 백두산을 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 등과 협의해 동해선 철도를 강원도를 거쳐 북측으로 잇는 동해선 철도 경제협력도 추진한다. 동해선은 지난 1월 포항~영덕 구간이 개통된 데 이어 영덕~삼척구간은 2020년 개통 예정으로 공사 중이다. 이 동해선을 북한까지 잇는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6번(부산~모스크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시안하이웨이 노선. [국토교통부 제공=연합뉴스]

아시안하이웨이 노선. [국토교통부 제공=연합뉴스]

아시안 하이웨이는 아시아지역 인적·물적 자원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2005년 30개국이 참여해 국제협정문에 서약한 도로다.

경북도는 산림 녹화사업의 노하우를 북측에 제공해 ‘한반도 평화의 숲’ 조성, 남북과 중국·대만이 참가하는 4개국 양궁 교류 경기도 계획 중이다.

광주시는 오는 9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에 북한의 참관을 추진하고 있다. 또 광주시 양궁선수단과 북한 선수단이 함께 전지훈련을 하고 내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양화나 도자기 등 북한 문화 특별전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전남도는 이낙연 총리가 지사로 있던 2015년 1월 남북교류사업인 ‘땅끝 협력 사업’을 재추진하고 2007년 이뤄진 ‘평양 발효 콩 빵 공장’ 건설사업에 이어 제2공장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전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전담팀 5명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문화·체육 등 기본적인 교류는 물론 과학기술 교류 등 세부 사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현재 25억원인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022년까지 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서해안의 긴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연평도 어선들이 해군 초계함의 호위속에 바다로 출항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해5도를 비롯한 서해안의 긴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연평도 어선들이 해군 초계함의 호위속에 바다로 출항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도는 백제·고구려·신라 삼국시대 문화유산 교류사업과  중국 산둥 성과 황해도 구월산 백산 온천·서산 대산항을 연계한 관광 루트 개발, 북한의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긴급 식량과 구호 물품 지원, 산림자원 개발, 개성·금산 인삼 협동농장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남북 접경지역에 협동 양식장 개발과 양식 기술제공, 공동 치어 방류 사업,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기지시 줄다리기의 북한개최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경기·대구·광주·대전=전익진·황선윤·김방현·김윤호·김호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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