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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빅아일랜드섬 삼킨 화산 …여행은 안전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칼라우에아 화산 활동 활발해지지만 #오아후·마우이 등과 수백 마일 떨어져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 섬(일명 빅아일랜드) 동쪽 끝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나흘째 흘러나오면서 지금까지 26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다. 현지 전문가들의 항공 관측 결과,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인근 레일라니 에스테이츠 구역의 가옥들을 차례차례 집어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지역을 포함해 인근 위험 지역 주민 1800여 명이 강제 대피한 가운데, 아직 사망자 등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적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생생한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이자 두 자녀를 둔 현지 주민 앰버 마쿠아카네(37)는 “침실 3개짜리 자택이 용암에 파괴됐다”며 “처음엔 뒤뜰 전체에서 김이 새어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별 이상을 못 느꼈다. 하지만 5일 아침 집안의 모든 경보기가 울려 급히 대피했고, 나중 집 주변이 모두 용암에 뒤덮였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녀들은 이런 상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 우리 집에 언제 돌아가?’라고 계속 내게 묻고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88세의 병든 모친을 차에 태운 뒤 피난길에 나섰다는 주민 스티브 클래퍼는 “언제 집에 갈 수 있느냐”는 현지 기자 질문에 “펠레 여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하와이 토속 신앙에 따르면 킬라우에아 화산의 용암 분출은 펠레 여신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화산의 기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는 지난주 약 1000여 회의 작은 지진이 있었고, 지난 4일 오전 강도 6.9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균열이 생기 후 용암 분출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용암이 공중으로 치솟는 높이도 700m까지 높아졌다.

용암이 분출된 킬라우에산 위치를 표현한 그래픽. [연합뉴스]

용암이 분출된 킬라우에산 위치를 표현한 그래픽. [연합뉴스]

미국 지질조사국(USGS) 화산학자 웬디 스토벌은 “분출할 수 있는 마그마가 더 존재하기 때문에 활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킬라우에아 주변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주변 관광객 2600여명은 이미 피신을 한 상태다.
하와이 관광청은 성명을 통해 “현재 하와이를 여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빅아일랜드 주요 공항들은 정상 운영된다”고 밝혔다.
앞서 하와이 관광청은 “화산은 리조트가 몰려 있는 오아후나 카우아이·마우이 등과는 수백 마일 이상 떨어져 있어, 그 지역까지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영희·조진형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용암 분출된 빅아일랜드…하와이 통일한 왕의 출생지

 미국 하와이 제도는 크게 카우아이·오아후·몰로카이·라나이·마우이, 그리고 빅아일랜드 등 6개 주요 섬으로 이뤄져 있다. 화산 활동 순서에 따르면 북서쪽의 카우아이섬이 가장 먼저, 동남쪽의 빅아일랜드가 가장 늦게 생겼다.

용암이 분출한 킬라우에아 화산은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 동쪽 끝에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 일대는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와 더불어 하와이의 2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해발 1250m의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 1950년대, 80년대에도 용암이 분출했다. 지름만 4.5㎞인 킬레아우아 분화구 안에는 할레마우마우(지름 800m)라는 또 다른 분화구가 있다. 할레마우마우는 ‘영원한 불의 집’을 뜻한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곳에 화산 여신 펠레(Pele)가 산다고 믿으며 성지로 여긴다.

킬라우에아는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주변에 주요 시설이 모여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유황 사우나를 즐기며, 활화산 분화구 한가운데서 트레킹을 하거나 하룻밤을 묵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신혼여행 등으로 주로 찾는 하와이는 호놀룰루와 와이키키 해변으로 유명한 오아후섬이다.

한편 빅아일랜드는 하와이를 통일한 카메하메하 대왕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통일 이후 ‘하와이’라는 명칭은 빅아일랜드 뿐 아니라 섬 전체를 뜻하는 지명이 됐다. 섬 중앙엔 4205m 높이의 마우나케아산이 위치해 있다. 스키 시즌에는 슬로프도 열린다.

이 섬은 코나와 힐로 두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국립공원은 수산업과 난초로 유명한 힐로에 있다. 코나는 하와이 최대의 커피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와이 최고의 해변으로 꼽히는 하푸나 비치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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