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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방선거 전략공천 몸살…탈당후 무소속 출마 바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13 지방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정치권 곳곳에서 전략공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지역구 당사 등은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와 농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아예 다른 정당으로 소속을 옮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윤기식 대전시의원이 대전시의회에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의 변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윤기식 대전시의원이 대전시의회에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의 변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윤기식 대전시의원은 지난달 26일 대전시의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고 출마선언을 했다. 민주당 대전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대전시 동구2선거구 시의원 후보로 영입인사인 이종호 한국노총 대전본부 의장을 단수공천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윤 시의원은 "보수세가 강한 대전 동구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내리 3선 했는데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으로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을 내세웠다.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오만한 민주당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지난달 20일 국회를 항의방문했다. [연합뉴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지난달 20일 국회를 항의방문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절대 강세인 호남 지역의 공천은 더욱 시끄럽다. 민주당이 전남 신안군수 후보로 추미애 대표 비서실 소속 천경배 부실장을 전략공천하자 이 지역에서 경선을 요구해왔던 임흥민 신안군수 예비후보와 박우량 전 신안군수는 "적폐 공천"이라고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또 광주 서구갑의 국회의원 재선거에 당초 박혜자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려다 거센 반발을 겪고 경선을 치러 지난달 28일 송갑석 예비후보를 후보로 확정했다.

서울 지역에선 민주당이 중구청장과 중랑구청장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을 놓고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몸싸움과 자해 소동까지 빚어졌다. 지난달 30일 성백진 중랑구청장 예비후보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커터칼을 꺼내다가 제지를 당했고, 김찬곤·김태균 중구청장 예비후보들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난입해 항의하다가 몸싸움 끝에 끌려 나갔다.

자유한국당도 공천 결과로 홍역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당의 표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의 당사는 연일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원들의 점거와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 수성구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공천 결과에 항의하러 방문한 당원들이 김석기 의원(경북도당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달 18일 대구 수성구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공천 결과에 항의하러 방문한 당원들이 김석기 의원(경북도당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달 18일 오전 한국당 경북도당 당사에서는 45인승 버스 4대를 타고 온 당원 200여명의 점거 농성이 벌어졌다. 이들은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인 김석기 의원에게 "사심정치를 당장 중단하라"며 경북 경주·경산·의성 지역 공천 결과에 항의했다. 경주에선 최양식 현 경주시장이 공천에서 배제됐고, 경산 당원들은 안국중·송정욱·허개열·황상조 등 경산시장 예비후보들이 컷오프된 것에 대해 따졌다. 음주 뺑소니 처벌 전력이 자격 논란으로 이어진 김주수 현 의성군수의 경우 경북도당의 단수추천 결정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 3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안동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 3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안동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한국당 경북도당에는 지난달 당원 1000여명이 탈당계를 제출한 일도 있다. 권영세 현 안동시장이 한국당 경선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권 시장이 지난달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19일 한국당을 탈당하자 200여명이 함께 탈당계를 제출했고 지난달 30일 700여명이 추가로 탈당계를 냈다. 한국당 성백영 전 상주시장도 컷오프에 불복해 지난 1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략공천, 교통정리 필요하나 일관성 없어 문제”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은 "전략공천은 경선 기회조차 뺏는 비민주적 행태" "당 지도부의 밀실 공천"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각 당 지도부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정무적인 판단"이라는 나름의 입장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소동이 난 서울 중랑구청장, 중구청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해 반드시 쇄신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주려면 반드시 전략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기지사 경선 등에서 나타나듯 경선 때 같은 당 후보들 간 경쟁이 과열되면 후유증이 더 크게 남는다. 경선에서 불복한 후보 측이 당적을 바꿔 상대 당 후보를 밀어주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정무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략공천이 당 지도부와 지역위원장의 자기 사람 심기 도구로 활용되면서 도입 취지가 흐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공천관리위 핵심 관계자는 "전략공천, 단수공천이 필요하지만 기준이 불투명하고 일관성이 없는 게 문제"라며 "원칙 없는 전략공천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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