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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무상교육’ 진보는 물론 보수도 앞다퉈 공약 쏟아내

중앙일보

입력

세종시 소재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먹고 있다. 세종은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중이다. [중앙포토]

세종시 소재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먹고 있다. 세종은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중이다. [중앙포토]

6.13 지방선거 출마를 예고한 보수진영 후보들이 진보진영 후보들의 전유물이었던 무상급식, 무상교복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봐야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시각이 깔렸다. 인구 절벽에 내몰린 지역에서 무상교육 관련 공약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최대 접전지인 경남은 자유 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시행’으로 30~40대 젊은 층 표몰이에 나섰다. 경남은 홍준표 자유 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임하던 2015년 1월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당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예비후보는 무상급식은 표퓰리즘 정책이라며 홍 대표를 거들었다. 3여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김 예비후보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말로 홍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4월 5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김태호 예비후보(오른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김태호 예비후보(오른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 교육감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고 있다. 경남은 현재 초·중학교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중도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선유 경남도 교육감 예비후보는 유치원 무상급식 카드를 들고 나왔다. 또 7년째 급식 단가가 동결돼 질 저하를 초래했다며 단가 인상 공약을 내놓았다.

무상급식 시행률이 73.2%(2018년 3월 기준)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은 경북은 초·중·고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지 않은 교육감 후보를 찾기 힘들다. 17개 시·도 가운데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곳은 경북과 대구뿐이다. 경북도 교육감에 출마한 예비후보 5명 중 4명 모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4년 전 제16대 교육감 선거에서 고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특히 보수진영 후보인 임종식 예비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임 예비후보는 초·중·고는 물론 유치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북도 교육감 선거에서 첫 진보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이찬교 예비후보가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세운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임 예비후보는 “인구 절벽 시대에 농어촌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공약”이라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바른 미래당 권오을 예비후보가 자유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카드도 무상급식이다. 권 예비후보는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더해 무상교복 지원도 내걸었다. 자유 한국당 이철우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예비후보는 중학교 무상급식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서야 중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된 울산은 교육감 예비후보 7명 가운데 6명이 무상급식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보수 진영 교육감 예비후보 3명 모두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박흥수 예비후보는 고교 무상급식 단계적 확대, 중학교 교복 무상 지급, 고교 교과서 무상 지급 등 3무(無) 정책을 공약했다. 울산시 교육감 출신의 김석기 예비후보 역시 교복 무상지급,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내걸었다. 권오영 예비후보는 유치원 무상교육을 공약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왼쪽부터)최명희 강원도 시장·군수 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10일 2018년부터 무상급식을 고교 전체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최명희 강원도 시장·군수 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10일 2018년부터 무상급식을 고교 전체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연합뉴스]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인천, 세종, 강원, 전북, 전남은 친환경 급식으로 질을 높이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인 고승의 예비후보가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 진영이 ‘무상급식’ 프레임을 장악하자 진보 진영 후보들은 무상교복, 무료 수학여행 등 무상교육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남도 교육감에 출마한 차재원 예비후보는 “입학금과 수업료, 교복, 수학여행 등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초·중·고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초·중학생에게는 통학 버스비 지원도 내세웠다. 경북도 교육감에 출마한 이찬교 예비후보 역시 “급식뿐 아니라 무상교복, 수학여행과 같은 체험학습비도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초·중학생들에게는 교통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무상급식에 투입되는 재정은 총 3조5063억원이다. 전국 초·중·고 학생 570만9400명 가운데 471만2000명(82.5%)이 지원받고 있다. 무상급식 실시율이 69.2%로 전국 꼴찌인 대구가 무상급식 확대에 소극적인 것도 재정 부담 때문이다. 대구교육감에 출마한 보수 성향의 강은희 예비후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무상급식보다 급식의 질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보 후보인 홍덕률 후보는 재정이 확보되면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며 조건부 시행을 내걸었다.

무상급식 재정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의에 따라 분담률을 정하는 탓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홍준표 자유 한국당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했던 2015년 급식비를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아 무상급식 대란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현재 경남교육청 재정 분담률은 77.2%로 지자체 분담률(22.8%)보다 3배가량 높다. 교육청의 평균 분담률은 61.8%로 지자체(38.2%)보다 높다.

시민단체는 국비로 무상급식비를 지원할 것을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부터 의무교육을 고교로 확대하는 정책과 맞춰 지자체에 떠넘긴 재정 부담을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항급식연대 전정란(43)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겨 일대 혼란을 겪자 올해부터 전액 국고에서 지원한다”며 “고교로 의무교육이 확대되면 재정 부담을 국가가 떠안아야 똑같은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선거구

예비후보자(소속 정당·성향)

공약

경남 도지사

 김태호(자유 한국당)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경남 도교육감

 김선유(중도보수)

▶유치원 무상급식 ▶급식 지원단가 인상

경북 도지사 

 권오을(바른 미래당)

▶초중 무상급식 ▶무상교복

경북 도교육감

 임종식(보수)

▶유치원·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

울산 시교육감

 박흥수(보수) 

▶초중고 무상급식 ▶중학교 무상 교복 ▶고교 무상 교과서

인천 시교육감

 고승의(보수)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

경남 도교육감

 차재원(진보)

▶초중고 무상교육

경북 도교육감

 이찬교(진보)

▶초중고 무상급식 ▶초·중 교통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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