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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전면 개방 6개월…금강 세종보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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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이후 수문을 전면 개방한 금강 세종보. 보 상류에 작은 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종=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수문을 전면 개방한 금강 세종보. 보 상류에 작은 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종=강찬수 기자

보 수문을 개방한 지 6개월 만에 금강 세종보 상류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이전의 모습을 점차 되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흐름이 빨라지면서 강바닥에 쌓였던 뻘이 일부 씻겨 나갔고, 그 위에 모래가 새로 쌓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새들이 관찰되는 등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수문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낙동강의 경우 오염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부터 6일까지 4대강 사업 수문 개방 현장 조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관계자들이 조사에 앞서 조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세종=강찬수 기자

4일부터 6일까지 4대강 사업 수문 개방 현장 조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관계자들이 조사에 앞서 조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세종=강찬수 기자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금강·낙동강에서 진행한 '4대강 사업 수문 개방 현장 조사'를 동행 취재한 결과, 수문을 전면 개방한 금강 세종보 상류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관찰됐다. 반면 낙동강의 경우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탓에 별다른 오염 개선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진행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한강 등 4대강에는 모두 16개의 보가 건설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1일에 이어 지난해 11월 13일 14개 보에 대한 수문을 개방했다. 4대강 보의 철거를 통한 재(再)자연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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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종보 곳곳엔 모래톱 생겨나 

수문 개방 이후 자갈과 모래가 다시 나타난 금강 세종보 상류. 강찬수 기자

수문 개방 이후 자갈과 모래가 다시 나타난 금강 세종보 상류. 강찬수 기자

수문 개방 약 6개월 후인 지난  4일 실시한 금강 수계 현장 조사에서 세종보 상류에서는 수위가 낮아지면서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작은 섬들이 드넓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종보 좌안(左岸·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볼 때 왼쪽)의 경우 변화가 두드러졌다. 뻘층 위에 모래가 30㎝ 이상 쌓였고, 수면 아래 곳곳에는 자갈층이 드러나 있었다. 강물의 유속도 빨라졌다.

세종보 상류 우안에 남아있는 뻘층. 강찬수 기자

세종보 상류 우안에 남아있는 뻘층. 강찬수 기자

세종보 상류 일부 구간에 남아있는 뻘층의 두께는 1m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수 기자

세종보 상류 일부 구간에 남아있는 뻘층의 두께는 1m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수 기자

반면 우안의 경우는 낮아진 수위 때문에 물 위로 드러난 뻘층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삽으로 뻘층이 걷어낸 결과, 여전히 1m가 넘는 두터운 뻘층이 남아 있었다. 짙은 회색의 뻘층은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퇴적층이 짙은 회색으로 변한 것은 유기물이 썩으면서 산소가 고갈됐음을 나타낸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대한하천학회 오준오 박사(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쌓은 후 유속이 느려져 실트(silt) 입자가 보 상류의 강바닥에 쌓였는데, 보 개방으로 실트층이 하류로 씻겨 내려가면서 자갈이 다시 드러났고, 모래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드러난 모래톱에는 왜가리뿐만 아니라 민물가마우지와 꼬마물떼새 등 다양한 새들도 관찰됐다. 물이 흐르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다양해졌다는 증거다.

수문 열지 않은 금강 하류는 오염 여전

세종보 하류에 위치한 공주보는 수문을 개방했으나 하류 백제보의 영향으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강찬수 기자

세종보 하류에 위치한 공주보는 수문을 개방했으나 하류 백제보의 영향으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강찬수 기자

세종보 하류 공주보도 수문은 개방했으나, 수위 변화는 별로 없었고 보 상류에도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하류 백제보가 수문을 개방하지 않는 백제보의 수위가 상류 공주보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정체된 백제보 상류의 물 빛깔은 세종보보다 훨씬 탁했다. 조사팀이 채집한 강바닥 퇴적토는 모래 대신 뻘이 가득했고 악취도 심했다.

백제보 강바닥에서 채집한 퇴적토. 모래는 없고 악취를 풍기는 뻘만 있었다. 강찬수 기자

백제보 강바닥에서 채집한 퇴적토. 모래는 없고 악취를 풍기는 뻘만 있었다. 강찬수 기자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뻘이 사라지고 작은 섬들이 생겨나는 등 세종보와 백제보 상황은 맨눈으로 봐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며 "보 개방 효과가 증명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낙동강 강바닥은 산소 고갈 상태 

고정보 위로 물이 넘어가고 있는 낙동강 칠곡보의 모습.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칠곡보에서는 수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고정보 위로 물이 넘어가고 있는 낙동강 칠곡보의 모습.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칠곡보에서는 수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5일과 6일 조사단은 낙동강 칠곡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에서 선박을 이용해 강바닥의 퇴적토를 채취하고, 수층의 용존산소(DO, dissolved oxygen) 농도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보 건설로 강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칠곡보의 경우 9.7m 수심에서 용존산소는 0.13ppm이었고, 달성보에서는 8m 수심에서 용존산소가 0.91ppm이었다.
또 합천창녕보에서는 수심 6m에서 0.08ppm으로 측정됐다. 하류 창녕함안보에서도 수심 8m에서는 0.06ppm까지 떨어졌다.
이들 보에서는 강바닥에는 뻘이 쌓여 있는 게 확인됐고, 강바닥 근처 수층에서 측정한 용존산소 농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퇴적토 시료 채취기 구조를 고려하면, 강바닥 뻘층의 두께는 최소 1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물고기가 살아가려면 용존산소가 3~4ppm 이상은 돼야 하는데, 현재 낙동강 바닥층은 산소가 없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상태"라며 "여름철 수온이 더 높아지면 산소 소비가 많아져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하천학회장인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가 낙동강 수질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대한하천학회장인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가 낙동강 수질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외래종과 오염 지표종만 득시글

합천창녕보 바닥에서 삽으로 뻘을 채취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 강찬수 기자

합천창녕보 바닥에서 삽으로 뻘을 채취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 강찬수 기자

칠곡보에서 만난 60대 낚시객은 "과거에는 토종 붕어나 메기가 잡혔지만, 지금은 블루길이나 배스 같은 외래종만 잡힌다"며 "토종 물고기 치어를 외래종이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 흐름이 정체돼 호수로 바뀌면서 호수에서 사는 블루길·배스의 천국이 된 셈이다.

강변에서 채집한 퇴적토에서는 수질오염의 지표 생물인 붉은색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눈에 띄었다.

조사에 동행한 저서생물(바닥 살이 생물) 전문가인 (주)코리아에코웍스 박정호 대표는 "붉은색 깔따구 등은 깨끗한 환경에서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들 종이 상대적으로 많이 관찰된다는 것은 수질이 나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은 "대명천 등에서 보듯이 대구시에서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오·폐수의 오염물질조차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달성보 등에서 여름철 녹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염형철 물개혁포럼 대표(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는 "금강의 수문 개방을 통해 4대강 생태보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방자치단체 등 수문 개방에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칠곡보 상류 낙동강 바닥에서 채집한 퇴적토. 모래 대신 뻘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찬수 기자

칠곡보 상류 낙동강 바닥에서 채집한 퇴적토. 모래 대신 뻘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찬수 기자

한편, 낙동강 합천창녕보 아래 황강이 유입되는 부분에는 모래톱이 크게 발달해 있었다. 황강 상류에서 실려 내려온 모래가 쌓였기 때문이다.

모래톱에는 다양한 동물의 발자국이 관찰됐다. 고라니와 너구리, 수달, 왜가리, 꼬마물떼새 발자국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강변에는 수달 등 동물이 잡아먹고 남긴 물고기 잔해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황강 합류부에서 만난 40대 낚시객은 "이곳에서는 배스·블루길도 잡히지만 강준치나 끄리 등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는 다양하게 잡힌다"고 말했다.

합천창녕보 아래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황강의 모습. 군데군데 모래가 쌓여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합천창녕보 아래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황강의 모습. 군데군데 모래가 쌓여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세종·공주·대구·창원=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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