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쓸신세] "멜라니아, 새 역사 썼다"…美 영부인 불륜스캔들 수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들은 결혼 롤 모델"…파경 직전까지 가도 이혼 않는 미국 대통령부부

“우익의 거대한 음모(vast right-wing conspiracy)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미국 '퍼스트커플'의 불륜 스캔들 수난사(?)

남편이 27살 어린 인턴 직원과 외도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태연할 여자가 있을까요.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아내 힐러리 클린턴의 얘기입니다. 까무러칠 상황에서 힐러리가 택한 건 정면돌파였습니다.

백악관 전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데일리메일 캡처]

백악관 전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데일리메일 캡처]

1998년 1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일주일 뒤 미 NBC ‘투데이 쇼’에 나와 힐러리가 한 말은 "그를 믿는다”였습니다. 누군가가 꾸며낸 악의적 스캔들이라며 남편을 옹호하고 나선 건데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힐러리가 클린턴을 “전폭적으로 방어(a full-throated defense)했다”고 썼습니다.

1998년 곤경에 빠진 클린턴을 바라보는 아내 힐러리의 모습. 이 사진은 1999년 퓰리처상 보도사진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위원회]

1998년 곤경에 빠진 클린턴을 바라보는 아내 힐러리의 모습. 이 사진은 1999년 퓰리처상 보도사진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위원회]

클린턴의 거짓말은 물론 오래가지 못했죠. 그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백악관 집무실 등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단 걸 결국 알게 된 힐러리는 그때 느낀 배신감과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을 훗날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I wanted to wring Bill’s neck)”.

전직 포르노 배우(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와 낯 뜨거운 불륜 스캔들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둘 뿐일까요. 은밀한 사생활 때문에 불화를 겪은 전직 대통령 부부는 더 있는데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퍼스트커플'의 수난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계속되는 불화설 트럼프…부친 덕에 파경 면한 케네디?

2년 전 대통령선거 직전 음담패설 녹취록 파문이 일 때만 해도 멜라니아는 CNN에 “남자들끼리 하는 농담(boy talk)”이라며 “더럽고 못된 말을 하도록 부추김 당했다(egged on)”고 트럼프를 적극 두둔했는데요. 당시 트럼프가 성추문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런 멜라니아의 비호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멜라니아는 등을 돌린 듯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각종 스킨십 소동도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불화설에 불을 지폈는데요. 트럼프가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멜라니아가 그의 손을 민망하게 뿌리치는 듯한 모습이죠.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달라진 멜라니아의 태도에 대해 “둘(트럼프와 멜라니아)의 관계가 수년간 떠들썩했지만, (스토미) 대니얼스만큼 그들을 흔들어 놓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적절한 관계를 입막음하는 조건으로 1억원 넘는 돈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트럼프는 최근 “선거 자금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급 사실조차 몰랐다던 그가 사실상 자기 돈으로 줬음을 시인한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멜라니아가 롤모델로 꼽은 재클린 케네디도 남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35대)의 여성편력에 속앓이를 했는데요.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중앙포토]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중앙포토]

스트리퍼부터 비서, 스튜어디스까지 케네디의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재클린을 가장 거슬리게 한 인물은 단연 마릴린 먼로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먼로는 언제라도 대중 앞에 나서 자신과 케네디 대통령 관계를 폭로하고 재클린을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먼로는 재클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케네디와의 관계를 말하는가 하면 친구들에게 자신을 퍼스트레이디로 봐달라고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습니다.

두 부부는 시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 때문에 가까스로 파경을 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들의 성공에 매달렸던 그가 당시 거금인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재클린에게 쥐여주며 이혼을 말렸다는 건데요. 재클린은 만약 케네디가 성병에라도 걸려 오면 결혼 유지 비용이 2000만 달러(약 215억원)로 오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단 얘기까지 있습니다.

케네디가 강박적으로 여성에 집착한 건 병치레와 부친의 외도 등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내 비서부터 친구 아내까지…퍼스트레이디가 불화설 원인 되기도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을 지낸 프랭클린 루즈벨트(32대), 그는 여행가방에 들어 있던 편지 꾸러미 때문에 외도 행각이 발각됩니다. 그와 은밀히 연서를 주고받은 여인은 다름 아닌 아내 엘리너 루즈벨트의 비서였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연인 루시 머서에게 쓴 편지. [뉴욕타임스 캡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연인 루시 머서에게 쓴 편지. [뉴욕타임스 캡처]

 그는 엘리너의 요구대로 비서 루시 머서와 즉각 헤어지고 다시는 아내와 한 침대에서 자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형식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엘리너는 결국 AP통신 여기자였던 로리나 히콕과 동성애에 빠지게 됐다는 설도 있네요. 엘리너가 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로맨틱한(?) 문구도 많습니다.

 “자기를 감싸 안고 싶어, 꼭 안아주고 싶어 죽겠어. (I want to put my arms around you, I ache to hold you close.)”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오른쪽)와 로리나 히콕. [데일리 메일 캡처]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오른쪽)와 로리나 히콕. [데일리 메일 캡처]

 36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소파에서 여비서와 성관계를 가졌는데 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에게 들키자 경호원들에게 버럭 화를 냈다고 하죠. 이후 대통령이 은밀한 시간을 즐길 때 영부인이 근처에 오면 이 사실을 알리도록 경호원 업무가 추가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링컨 전 대통령(16대)은 ‘헬캣’(성격 고약한 여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까칠한 아내 매리 토드 링컨 때문에 괴로운 결혼생활을 했던 거로 알려집니다.

매리 토드 링컨. [워싱턴포스트 캡처]

매리 토드 링컨. [워싱턴포스트 캡처]

 그는 남편의 모든 점이 마음에 안 든다며 비난을 퍼부었는데요, 링컨 얼굴에 물건을 던지는 등의 과격한 행동까지 일삼았고 미국이 남북전쟁을 겪는 동안 각종 사치품에 돈을 썼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의 비정상적 행동들은 유전적 병 때문에 비롯됐을 수 있었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오기도 했죠.

퍼스트커플이 롤 모델…멜라니아에는 “새 역사 쓰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부의 스캔들이 유독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데요. 칼럼니스트 로빈 아브카리안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퍼스트커플은 국가의 결혼(생활) 롤 모델이다. 우리는 그들이 별개의 침실을 쓰는지엔 별 상관 하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 존경과 애정을 보여주길(demonstrate) 기대한다.”

이는 대통령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연출하는 일종의 정치적 쇼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도 맞물립니다. 힐러리는 클린턴이 르윈스키 스캔들을 인정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온 가족이 화목하게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이혼 경력이 대선 승패를 가를 정도로 패밀리 밸류(family value)가 강조되는 미국 사회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당선 당시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유일한 이혼 경력자였는데 그는 이혼을 ‘당한’ 거라 당선이 가능했단 설도 있죠.

미국 사회는 특히 퍼스트레이디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 곁을 지키며 지원군이 될 것을 강요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힐러리가 초인적 인내로 견딘 것도 이 같은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헬레인 올렌은 “백악관 밖의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여성이 그들 남편의 부속품이 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결혼한 여성이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갖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면서 “하지만 백악관은 여전히 1950년대”라고 말합니다.

“퍼스트레이디가 단지 남편 곁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위해 자신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길 기대한다(put her life on hold for him)”는 게 올렌의 지적입니다.

멜라니아 트럼프. [AP=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AP=연합뉴스]

다행인지 최근 들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에는 “룰북(rulebook·규칙서)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성 고정관념에 따른 특정 역할을 더 이상 요구하지 말자는 거죠.

이전 영부인들과 달리 두문불출하면서도 '조용한 저항(quiet rebellion)'을 하는 멜라니아가 퍼스트레이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