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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첫 소개팅 때 입은 '청청 패션' 올해 다시 유행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영애의 이기적인 워라밸 패션(9)

올 봄·여름 스타일 역시 ‘복고’가 대세다.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나팔바지와 배기바지를 비롯한 청바지와 청재킷 등 ‘청청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겐조 광고. 겐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 시대의 최고의 아이콘이자 데님 패션의 여왕이다. 패션잡지 보그를 장식하는 등 모든 여성의 워너비"라고 했다. [사진 KENZO.COM]

겐조 광고. 겐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이 시대의 최고의 아이콘이자 데님 패션의 여왕이다. 패션잡지 보그를 장식하는 등 모든 여성의 워너비"라고 했다. [사진 KENZO.COM]

청청 패션이 유행하니 90년대 초 중학생 때가 생각난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유독 사는 게 외롭고 재미가 없다고 느꼈을 때였다. 시를 지어보는 국어 시간이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혼자 날아다니던 제비도 제짝을 찾아 둘이 되어 날아다니는데, 나는 부러운 눈으로 제비를 따라다닐 뿐…’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국어 선생님은 내가 쓴 시가 재미있었는지 수업시간에 전체 공개로 읽어주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시를 들은 반 친구가 소개팅을 선뜻 주선해주었다.

내 시에 감동한 중학교 친구가 첫 소개팅 주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소개팅에 들뜬 나는 처음으로 당시 유행한 옷을 사달라고 엄마를 엄청 졸라댔다. 결국 ‘죠다쉬’라는 브랜드에서 청재킷에 청바지를 세트로 사입고 소개팅을 나갔다. 그 모든 상황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소개팅 장소인 롤라장과 소개팅 짝의 이름인 방용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돼 내 기억 속에 저장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요즘 전 세계는 80~90년대의 복고가 유행이다. 서울 용산엔 80년대 아케이드 게임기를 들여놓은 오락실과 롤라장이 들어섰다. 일본의 TDC(도미오카 댄스 클럽)을 따라한 ‘셀럽 파이브’가 사랑받고 있다. 왜 모두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우리 사회의 주 소비자층인 40~50대가 10~20대를 보낸 낭만적인 80년대를 추억하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80~90년대 유행했던 복고 스타일인 청청 패션을 입고 싶지만 10~20대처럼 입기에는 나이든 얼굴과 몸매가 따라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40대 이상을 위한 청청 스타일을 2018 SS 컬렉션에서 정리해 제안해본다.

1. 화려한 패턴과의 코디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데님 바지의 경우 스키니에서 통이 넓고 허리선이 높은 나팔 스타일이 인기다. 화려한 플라워 패턴과 코디해 여성스럽고 우아한 멋을 낼 수 있다.

2. 화이트와 톤온톤 코디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흰색이나 남색이 들어간 줄무늬 티셔츠 혹은 흰 셔츠와 데님을 코디하면 젊게 보이면서도 세련되게 보일 수 있다. 올해 청은 바지뿐 아니라 기본기장 재킷부터 롱기장 재킷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나온 것이 특징이다.

3. 연청색 코디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여름으로 갈수록 데님의 컬러는 밝은 것이 더 시원해 보인다. 통이 넓은 데님바지는 휴양지의 리조트룩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구제처리가 많이 들어간 바지라도 상의를 샤넬 스타일의 재킷이나 글렌체크 재킷을 활용한다면 격식 있는 자리에도 멋스럽게 어울린다.


4. 진청색 코디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데님의 구제 느낌이 싫다면 데님 색상을 그대로 살린 진청색을 선택해보자. 흰색 이너와 코디해 다양한 느낌으로 맞출 수 있다.

5. 블랙 데님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2018 SS 컬렉션. [사진 정영애]

블랙 데님도 구제처리를 하지 않은 스타일은 차려입은 느낌을 준다. 블랙 컬러는 몸매가 날씬해 보이면서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청청에 대한 기억 또 하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에게 한 대 맞으며 욕설을 들었던 적도 있다. 그 당시에는 나를 때린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30여 년 전 내가 입었던 패션을 길거리에서 마주 대하니 반갑기도 하고 젊은이의 패션을 이해해주는 쿨한 아줌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한 요즘이다.

정영애 세정 올리비아로렌 캐주얼 디자인 실장 jya96540@sej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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