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문점 선언 여파, 참수부대 헬기사업 없던 일로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82호 05면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해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을 평양 등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는 특수작전용 헬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특수작전용 헬기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주요 무기 도입 사업 전반이 축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창설한 특임여단 #북 후방 침투시킬 ‘킬체인’ 핵심 #한 대 1500억 미 특수부대 헬기 #MH-47 10여대 구매 계획 무산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10대 안팎 규모의 특수작전용 헬기 도입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한 소식통은 “합참이 전력 소요 제기 단계에서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때문에 예산을 따낼 수 있는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수작전용 헬기는 일반 헬기에 지형 추적 레이더, 정밀항법장비 등을 달아 주야간·전천후 비행이 가능하다. 또 공중급유를 받아 먼 거리를 날 수 있고, 기체를 방탄장비로 보호해 생존성도 높다.

또 다른 소식통은 “원래 합참은 미군 특수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MH-47을 미국에서 구매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MH-47은 한밤중 폭우 속에서도 산악과 같은 지형을 비행할 수 있는 헬기다. 최신형인 MH-47G는 한 대당 가격이 1500억원 안팎이다.

MH-47은 미국이 해외에 판매한 적이 없다. 미군에서도 특수작전사령부(SOCOM) 소속 제160 특수전 항공연대(SOAR)만이 운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통해 설득한 결과 무기수출통제 부서인 국무부가 MH-47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의 입장 변화로 MH-47 도입은 없었던 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임여단은 지난해 12월 1일 창설됐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기존 부대에 인원과 장비를 보강해 1000명 규모로 출범했다. 군 당국은 북한을 자극한다고 창설식을 조용히 치렀고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특임여단의 임무는 유사시 북한의 지휘부를 제거하거나(참수작전), 대량살상무기(WMD)를 파괴하는 것이다.

군 당국은 올해 325억원을 들여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고속유탄 기관총, 자폭형 무인기, 정찰용 무인기와 투시 레이더, 차음(遮音) 헤드폰, 생체인식기, 방탄헬멧 등의 무기와 장비를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작전용 헬기 등 침투수단이 부족하다. 공군의 수송기인 C-130 4대를 침투용으로 개량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특임여단은 무기와 장비 대부분이 실전배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특임여단의 무기·장비 수준을 보면 전혀 ‘특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임여단은 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맞서 구축하고 있는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WMD를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뜻한다. 특임여단은 KMPR용이다.

국방부는 3축 체계를 비롯해 각종 첨단무기를 사들이기 위해 중기계획(2019~2023년) 예산을 230조~250조원으로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3축 체계를 위해 도입하는 무기 사업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면서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