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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토요일마다 들썩이는 대전 원도심으로 나들이 갈까

중앙일보

입력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 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음악·연극·무용 등 65개팀 10월말까지 128차례 공연 #젊은 뮤지션 등용무대… 실력 쌓은 뒤 음원도 발표 #BRT·도시철도(지하철) 타고 세종·청주에서도 찾아와

지난달 28일 오후 5시30분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 어쿠스틱 밴드 ‘마디’의 여성보컬이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자 객석의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리듬을 탔다.

한낮에는 초여름 더위가 몰려왔지만 해가 기울자 노랫말처럼 봄바람이 골목을 따라 시원하게 불어왔다. 노래를 듣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지난달 28일 대전시 원도심인 은행교 데크에서 시민들이 크로스오버밴드 자코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대전시 원도심인 은행교 데크에서 시민들이 크로스오버밴드 자코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골목에서 100m가량 떨어진 은행교 데크에서는 유성재즈악단이 연주를 했다. 트럼펫과 색소폰,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길을 가던 시민은 발길을 멈추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공연을 봤다. 연주자들이 온갖 기교를 부리며 악기를 연주할 때는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앞서 마련된 크로스오버밴드 자코의 공연과 유성재즈악단 공연을 모두 지켜본 한 시민은 “30년 전 고등학생 때는 이곳에 자주 나왔는데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며 “다음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불러 공연도 보고 봄바람도 맞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CLEF 재즈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CLEF 재즈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요즘 대전 원도심은 주말마다 들썩인다.  지난달 28일부터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과 대흥동 일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어서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과 가수들이 실력을 뽐내며 시민과 호흡하는 무대다.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 대전 중구청과 중구문화원이 공모를 통해 실력파 음악인을 선정했다.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은 시민 사업공모를 통해 65개 팀을 선발했다. 이른바 ‘2018 들썩들썩 원도심’ 공연에 참여하는 밴드와 공연팀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3~7시 스카이로드와 은행교 데크, 우리들 공원, 중앙로 지하상가 등에서 6개월간 128차례의 공연을 하게 된다. 음악과 전통예술, 연극, 무용 등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여성듀오 소꿉놀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여성듀오 소꿉놀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연에 오르는 팀들은 아마추어부터 음원을 발표한 프로 뮤지션까지 골고루 섞여 있다. 7월 마지막 주 토요일(28일)과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27일)에는 상·하반기를 결산하는 페스티벌도 열린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세종시와 충북 청주시민도 이곳을 찾는다. 세종에서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와 도시철도를 타면 원도심까지 올 수 있다. 청주에서도 대전 외곽을 잇는 시내버스를 타고 원도심까지 들어온다.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어쿠스틱 밴드 마디가 공연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어쿠스틱 밴드 마디가 공연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6개월간의 대장정은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이 기획했다. 2012년 시작해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지난달 28일 첫 공연에서는 대전 콘서트 밴드와 헤이미쉬, CLEF 재즈밴드, 어쿠스틱머신, 크로스오버밴드 자코, 유성재즈악단, 매직서커스 팀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원도심 공연 무대를 통해 실력을 쌓은 뮤지션들은 케이블TV 음악프로에 출연하고 드라마 OST에도 참여했다. 음원을 내고 이름을 알린 밴드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여성보컬은 유명한 가수의 앨범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전 원도심 공연으로 명성을 얻은 뮤지션들은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요청이 이어지기도 한다. 한 뮤지션은 “요즘 몸값이 많이 올랐다”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전시 원도심인 은행교 데크에서 유성재즈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대전시 원도심인 은행교 데크에서 유성재즈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은행동 골목에서 1시간가량 공연을 한 여성 듀오 어쿠스틱 밴드 ‘소꿉놀이’는 6년째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나랑·서달달 여성듀오가 부른 노래는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공연 모습은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달달(33)씨는 “공연이 침체한 원도심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의 실력을 키우고 시민을 만난 곳이기 때문에 계속 공연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에서 시민들이 진열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연장 주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들고나와 판매하는 장터도 열린다. 액세서리부터 수제비누, 향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까지 눈길을 끄는 물건으로 가득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나온 김지연(40·여)씨는 “몇 시간째 공연을 보고 판매 장터를 둘러보며 골목을 다녔는데도 아이가 피곤해하지 않는다”며 “어릴 적 피아노를 배웠는데 조금 전에는 한 번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최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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