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둑계 미투’ 디아나 초단 “내가 원하는 건 김성룡 9단의 진심 어린 사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디아나 코세기

디아나 코세기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바둑계 미투’ 디아나 초단 인터뷰 #“폭로 2주 지나도 김 9단 반응 없어 #당시 비자 문제 등 우려 폭로 못해 #사건 직후 정황 기록한 메일 있어”

김성룡 9단에게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디아나 코세기(Koszegi Diana·35·사진) 초단이 심경을 처음 밝혔다. 디아나 초단은 지난 1일 서울 양재동에서 중앙일보 기자를 만나 “‘미투’ 이후 2주가 지났지만, 김성룡 측에서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지난 9년 동안 (사건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 사과받기 위해 용기를 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아나 초단은 지난달 17일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2009년 6월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큰 파문이 일었다. 디아나 초단은 “처음 글을 올릴 때는 당사자에게 사과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글이 외부에 노출되고,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첫 ‘미투’ 폭로에서 밝히지 않았던 사실도 공개했다. 디아나 초단은 “성폭행당한 뒤 김성룡 9단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물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식으로만 얘기했다”고 했다.

디아나 초단은 성폭행을 당한 뒤 5개월 뒤에 사과를 받기 위해 김성룡 9단을 다시 만난 적이 있다. 디아나 초단은 “그런데 그는 그날도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우리 집까지 따라 들어와 나를 힘으로 제압하며 성폭행하려 했다. 다행히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 뒤에는 아예 그를 피해 다녔다”고 폭로했다.

성폭행 직후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이유도 밝혔다. 디아나 초단은 “당시 나는 한국에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국인인 데다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경우, 한국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믿을지 김성룡 이야기를 믿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디아나 초단은 이날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의 구체적 정황이 담긴 메일 한 통을 공개했다. 2009년 11월 11일, 디아나 초단이 헝가리의 친오빠에게 보낸 메일이다.

메일을 쓴 건 제15회 GS칼텍스배 예선 1차전이 계기였다. 당시 김성룡 9단은 1차전 대국 상대인 디아나 초단에게 “대국 날짜를 바꿔달라”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성폭행 악몽이 되살아난 디아나 초단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묻기 위해 오빠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첨부된 문서에는 성폭행을 당했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디아나 초단의 근황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