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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구급대원 머리 때리는 CCTV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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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는 팔을 휘둘러 여성 소방대원의 머리와 얼굴을 한 차례씩 때렸다. [영상 전북소방본부]

주취자는 팔을 휘둘러 여성 소방대원의 머리와 얼굴을 한 차례씩 때렸다. [영상 전북소방본부]

최근 사망한 여성 구급대원이 주취자에 의해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지난달 2일 당시 병원 입구 CCTV 영상을 보면, 술에 취해 도로에 쓰러져 있던 윤모(47)씨와 사망한 구급대원 강연희(51ㆍ여) 소방위, 동료 소방대원 등이 등장한다.

영상에 따르면 비틀거리며 구급차에서 내린 윤씨는 손가락질하며 강씨를 향해 다가온다. 함께 있던 구급대원들은 이때도 윤씨가 강씨에게 성희롱과 욕설을 했다고 증언한다. 참다못한 강씨가 자신을 가리킨 손을 뿌리치자 윤씨는 손을 들어 때리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동료 구급대원들은 이를 말렸지만, 윤씨는 팔을 휘둘러 강씨 머리와 얼굴을 한 차례씩 때렸다. 갑작스레 봉변을 당한 강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헬멧을 쓴 머리를 매만지는 게 CCTV에 촬영됐다.

동료 구급대원은 “윤씨는 구급차부터 병원 앞까지 시종일관 강씨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했다”며 “구급차에서 내려서도 성희롱 발언을 하고 강씨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특히 생식기와 관련한 아주 모욕적인 욕을 끊임없이 내뱉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폭행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갔다가 되레 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강 소방위의)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씨는 이후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병세가 악화해 영상이 촬영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1일 숨을 거뒀다.

영상을 파악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윤씨 폭행이 강씨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최종 부검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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