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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500mg 섭취하려면 토마토 24개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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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형수의 이지아이(Easy eye)(2)

가깝지만 왠지 선뜻 안 가게 되는 안과. 그 문턱을 맞추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을 안과의사가 시원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모두의 건강한 눈, 행복한 눈빛을 위한 이지아이(easy eye), 지금 출발합니다. <편집자>

블루베리에 많이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항노화 및 시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블루베리에 많이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항노화 및 시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지금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한동안 블루베리 열풍이 있었다. 블루베리 한 상자 정도는 냉장고에 있어야 스마트한 주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인기는 ‘베리 베리(very very)’ 최고였다. 그 당시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하는 어르신 환자가 하루에 한 명씩은 꼭 있었다.

“내가 요즘 블루베리를 매일 먹었더니 눈이 확 좋아졌어. 보이는 것도 좋아지고 뻑뻑하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고 효과가 정말 좋은 것 같아.”

최신 안과 지식과 약물을 총동원해 환자를 치료했지만 “김 원장, 눈이 정말 확 좋아졌어”란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는 나로선 좀 황당하기도 하고 다소 섭섭하기도 했지만 어쩌겠나. 환자의 증상이 블루베리를 먹고 좋아졌다는데. “증상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분발해 블루베리보다 나은 의사가 돼야겠네요. 허허허”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과의사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블루베리

졸지에 안과의사의 경쟁자가 되어 버린 블루베리로 이 칼럼을 시작한 이유는 이 식품의 효능을 부정하거나 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여러 방송 매체나 지면을 통해 알려진 대로 블루베리에 많이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항노화 및 시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란 말처럼 대다수 약의 주요성분은 우리가 주변에서 접해 온 음식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건강에 유용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성분이 질병 치료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의 유효용량을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블루베리의 경우 하루에 30~50알 정도 먹으면 유효용량을 섭취한다고 하니 그나마 쉬운 편이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증한 황반변성 관련 음식의 경우는 한번 찬찬히 따져볼 부분이 있다.

루테인은 망막 황반부의 주색소로 황반부의 색소밀도를 증가시켜 자외선 및 망막에 유해한 청색광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루테인은 망막 황반부의 주색소로 황반부의 색소밀도를 증가시켜 자외선 및 망막에 유해한 청색광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황반변성의 예방과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에는 루테인, 비타민C, 비타민E, 아연 등이 있다. 루테인은 망막 황반부의 주색소로 황반부의 색소밀도를 증가시켜 자외선 및 망막에 유해한 청광색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하루에 10mg이 권장되며, 이를 식품을 통해 섭취하려면 당근 15개 혹은 달걀 47개를 하루에 먹어야 한다.

비타민C는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망막혈관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하루에 500mg이 권장되며, 같은 양의 비타민C를 식품을 통해 섭취하기 위해서는 레몬 9개 혹은 토마토 24개를 먹어야 한다. 비타민E는 망막세포의 산화 방지 및 보호에 기여하며 결핍 시 황반변성을 야기시키는데, 하루에 400IU가 필요하며 아몬드 980g 혹은 시금치 22kg 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아연은 눈의 대사작용에 필요한 효소들의 주요 성분으로 하루에 25mg이 필요하며 소고기 500g 또는 콩 2.5kg을 먹어야 한다.

질병을 식품으로 치료하는 건 불가능

위에서 언급된 식품은 익히 눈에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고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좋은 먹거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황반변성에서 효과를 보기 위한 유효용량을 위의 식품들로부터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황반변성에 국한된 예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때 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우리 몸의 균형이 깨져 질병이 발생했음에도 약을 거부하고 자연요법으로만 이를 이기고자 하는 환자들이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식약동원(食藥同原) 맞지만, 식약동등(食藥同等)은 아니다. 건강 관련 정보와 지식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우리의 스마트한 취사선택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김형수 안과전문의 theoree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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