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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view&]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투자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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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식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차분하다. 이미 예정된 일정이라서 회담 직후 며칠 동안 주가가 오를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의 기억을 되새겨 보면 회담 이후 수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하락의 배경은 남북 정상회담과 무관하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고 있었고 뒤이어 국내에서는 카드 사태가 터졌다. 2007년 정상회담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이 시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북 정상 회담의 긍정적 분위기가 세계적 규모의 부정적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압도당한 셈이다. 이런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단기적인 시장 전망 키워드는 경기와 이익 실적뿐이다.

정작 투자자의 몫이 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개선될 가능성과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한 한반도 경제 공동체 구상이다.

경기와 이익 실적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당장 주가를 비롯한 시장 지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세계 경기를 살펴보면 흐름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회복세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 금리 상승을 둘러싼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이렇듯 현재 국내외 경제 여건과 정상회담은 직접 연관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정상회담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이익 전망을 단숨에 개선하는 것도 아니다.

남북 경제 협력을 염두에 두고 섣불리 테마 종목을 찾아봐야 의미 있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남들보다 늦게 투자해도 시간은 충분하니 앞다퉈 불필요한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

만약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상승하려면 불과 1년 전에 전쟁을 걱정하던 한반도가 진정한 경제 협력과 공동 번영의 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연출하고도 핵실험을 계속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북한이 이달 중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전 세계에 공개한다는 선언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첫 단추가 끼워진다면 한반도를 쳐다보는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려봄 직하다.

지금 언론에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이 잃어버린 남북 경협의 상징을 되살리는 이슈부터, 한반도의 서해와 동해 축의 개발, 비무장지대(DMZ) 개발, 심지어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망 연결까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구상이 등장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 폐기를 통해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풀린다면 조금씩 구체화할 수 있는 청사진들이다. 장기적으로 남북 간 단순한 물자 교류라는 한계를 넘어서 남북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노동 인력 교류와 자원 공급이라는 돌파구가 생긴다면 한반도 경제 공동체로 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여기에 더해서 북한 지역의 ‘민망한’ 수준인 교통 인프라 개선을 비롯한 통신과 전력 인프라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다면 남북한 경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성장 궤도를 달릴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투자자라면 비용과 편익 분석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반도 경제 공동체를 향한 구체적인 계획도 그것이 누구의 살림살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작업은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실행에 옮겨진다면 해당 기업과 산업의 재무제표는 물론, 정부 재정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의 투자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고 인프라 건설과 부동산 투자도 아주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방명록에 썼다. 과연 새로운 역사와 함께 새로운 투자 기회까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는지 아직은 미지수다.

곧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향후 정세 변화가 많은 이들에게 ‘한반도의 새 역사’에 동참하는 투자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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