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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보다 대화, 3년간 정치적 발언 안 해"…최대집 의협 회장, 강경 모드서 선회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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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3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3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뉴스1]

'전쟁'과 '대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2일 동시에 내세운 상반된 메시지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의 첫 출발을 알렸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인 '문재인 케어' 저지를 강조해왔던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도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그는 "현 정부는 취약한 건강보험 제도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라는 졸속 설계된 거대 정책을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협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의약분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계가 위기 상황이다. 비상시국이며 마치 전시와도 같다"면서 "모두 힘을 합쳐 의료 제도 모순을 고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투쟁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3년 임기 시작한 최대집 회장 인터뷰 

하지만 취임식 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강경 모드'에서 일부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로 추진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겹친다는 이유로 연기했던 집단 휴진(총파업)은 "더 이상 수단이 없을 때 꺼내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수차례 표현했다. 그 대신에 최 회장은 "이달 20일에 서울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집회와 정부ㆍ여당ㆍ의협이 함께 하는 대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대정부 투쟁'을 강하게 내세운 기존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여론을 더 신경 쓰겠다는 점도 내비쳤다. 이를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문케어 저지 운동'을 내세웠다. 최 회장은 "앞으로 대국민 홍보에도 집중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범국민 투쟁으로 확산시키겠다. 현재 정부가 문케어가 좋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우리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케어의 대안으로는 '뉴 건강보험(NIH)'을 제시했다. 의협이 내놓은 건보 체계가 정부의 방향성과 이어질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정부가 내세운 비급여 급여화는 보장성 강화가 아닌 만큼 의협에서 이러저러한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문케어보다 더 큰 틀에서 정리되는 새로운 건보체계다"면서 "새로운 건보 구상은 정부의 구상과도 상당수 접점이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수개월 안에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남북정상회담 비판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판문점 선언은 아무런 의미 없는 공수표' '판문점 선언이라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대한민국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연꽃을 피워내자'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날 의협 사무실 앞에선 '남북합의 모독한 의협 해체하라'는 시민단체의 피켓 시위가 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2일 "회장 당선자 신분으로 쓴 글이다. 앞으로 (회장직에 있는) 3년간 공식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 회원들이 2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취임식에 앞서 최대집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한국진보연대 회원들이 2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취임식에 앞서 최대집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최 회장은 보수 성향의 '자유통일해방군' 상임대표를 역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비판 글도 이러한 이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인생 이력 상 많은 사회운동을 같이했던 사람, 친분 있는 인사, 국민들이 있다. 논란이 있을 거라곤 알고 있었지만 임기 시작 전에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이자 원칙적인 차원으로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집회 연자 초청도 받았지만 의료계 업무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당선인 신분이긴 했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의협 회장은 의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해한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누구나 정치적 신념이 있는데 정치적 중립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문직 단체장인데다 문케어 현안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게 어렵다. 앞으로는 이런 발언을 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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