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여야 넘나든 정계 개편 '어둠의 쇼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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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당을 오가며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 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3.사진) 의원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오자와 대표는 7일 실시된 대표 선거에서 119표를 얻어 72표 획득에 그친 간 나오토(菅直人.59) 전 대표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오자와 대표는 13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일본 정계의 풍운아다. 1993년엔 55년 창당한 '만년 여당' 자민당을 38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시킨 정계개편의 주역이었다. 당시 그는 '자민당의 황태자'로 불리던 실력자였다. 최연소 간사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당권 싸움 과정에서 결국 당을 뛰쳐나온 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의 야당 연립정권 탄생에 일조했다. 이후 신진당.자유당 등을 창당하면서 한때는 야당, 한때는 자민당과 연립해 여당 생활을 하는 등 다양한 정치 행보를 걸었다. 그가 가는 곳엔 반드시 정계개편이 있고, 막후 협상 끝에 이를 실현시킨다고 해서 '어둠의 쇼군(최고 실력자)'이란 별명도 붙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몇 차례 깨뜨린 전력 탓에 '파괴자'로 불리기도 한다.

오자와 대표는 '보통국가론'을 주창해 개헌 논의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93년 출간한 저서 '일본 개조계획'에서 그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군대를 보유하고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테(岩手)현 출신으로 게이오대를 졸업한 오자와 대표는 67년 27세의 나이로 중의원에 당선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실천력을 겸비한 강력한 정치가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지만 자신에게 충성하는 측근만 중용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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