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숨은 승부처는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 후보의 정당 표방이 금지된 만큼 정치권이 대놓고 선거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해 여야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태 교육감 선거를 치르며 얻은 교훈은 ‘분열=패배’라는 공식이다. 보수와 진보 공히 교통정리 없이 출마하면 후보가 난립하는 진영이 어김없이 패배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선 본선에 앞서 단일화 논의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각 시·도에서 진보 진영은 ‘촛불 교육감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보수 진영도 ‘좋은 교육감 후보추대본부’ 등의 단일화 기구를 마련했다. 일부 후보가 불참을 선언하거나 이탈하는 등 잡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사실상의 1대1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출신이냐, 아니면 두 단체 출신은 아니어도 양측에 대한 입장이 어떠한가에 따라 각 후보의 기본 성향은 갈린다.
고교 정책에서의 핵심 기준은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특목고)의 존폐다. 진보좌파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보수우파는 학교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점을 들어 존속을 주장하고 있다.
대입 정책에서도 보수는 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진보는 일정 점수만 넘기면 모두 똑같이 대우하는 자격시험으로 수능을 전환하거나 등급 단계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각 진영 단일화 행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 교육감 진보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서는 조희연 현 교육감과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지난달 30일 정책 협약식을 열고 4개 정책 방향과 27개 정책과제 추진에 합의했다.
4개 정책 방향 중 ‘교육 공공성 강화’에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괄폐지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선 지필 평가 축소와 학생 인권조례 근거 강화, 학생 인권 법제화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토론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갖춘 학생이면 누구든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대학 통합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성대) “수능은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다”(조희연)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 올바른 교육감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 박선영 전 의원(동국대 교수), 최명복 전 서울시 교육의원 등 보수 후보들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 반대에 입을 모았다.
수능 중심의 대입 정시모집에 대해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학생 인권 조례에 대해선 “동성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진보·보수 진영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5일과 10일 각각 정해지는 등 늦어도 24일 후보 등록 전까지는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후보가 정해지면 교육정책을 고리로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의 ‘커플링(짝짓기)’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