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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넥쏘' 인기폭발인데···충전은 어디서 하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독일·일본식 모델 도입으로 수소충전소 붐 일까 

지난 2월 20일 일본에선 수소차 충전소 보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일본 H2 모빌리티(Japan H2 Mobility)'가 설립됐다. 가스업체들과 도요타·혼다·닛산 등 완성차 업체, 일본개발은행 등 16개사가 모여 설립된 이 법인은 일본 전역의 수소 충전소 확장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일본은 지난해 말 현재 총 100기의 수소 충전소, 2800여 대의 수소차를 보급하는 등 미국·독일 등 경쟁국보다 수소 인프라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런데도 SPC를 설립하게 된 건 적자가 불가피한 수소 인프라 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민간 사업자들이 국책은행인 일본개발은행으로부터 연 1~2%대 저금리 대출을 받아 충전소 설립에 나서면, 정부가 같은 액수의 보조금을 공급한다. 민간업자들은 이 특수목적법인이 충전소 보급 목표를 달성해 해산할 시점이 오면, 빌린 돈을 갚으면 된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사무총장은 "수소차가 보편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형태가 SPC 방식"이라며 "독일과 미국 등 수소 선진국도 최근 이런 모델을 도입해 충전소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에너지기업 셸도 수소 충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셸 주유소 사업자가 안전 방화벽을 갖춘 수소 충전소를 갖춰 놓은 모습. [김도년 기자]

다국적 에너지기업 셸도 수소 충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셸 주유소 사업자가 안전 방화벽을 갖춘 수소 충전소를 갖춰 놓은 모습. [김도년 기자]

한국에서도 SPC 설립 방식의 수소 충전소 보급 모델이 추진되면서, 충전소 보급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신형 수소차 넥쏘의 예약판매 신청을 받은 결과 하루 만에 총 733대의 실적을 올렸다.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인한 셈이다. 반면 충전소·차량보조금 미비로 예약받은 차량조차 보급할 수 없게 된 점이 정부의 고민거리였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현대차와 SK가스·효성중공업·한국가스공사·에어리퀴드코리아·린데코리아 등 관련 기업과 함께 SPC 설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11월 법인 설립을 끝낼 계획을 세웠다.

'수소 SPC 모델'은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는 정부와 민간 기업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추구하는 형태다. 민간 기업 특유의 경영 효율성을 살리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충전소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이 SPC의 설립 목적이다. 당장엔 수익이 나오지 않지만, 충전소 보급 목표가 달성된 이후에는 설립된 충전소를 민간에 분배해주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국에 보급된 수소차가 200여 대에 불과하다 보니 민간 에너지 사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 때문에 울산시·창원시 등 지자체가 충전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 충전소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또 SK와 효성 등 수소 충전소 사업자들이 대기업이다 보니 한국 특유의 '대기업 특혜 시비'도 부담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공공기관, 민간 업체가 한 데 모여 SPC를 설립해 충전소 보급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한 층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독일 오펜바흐 현대차 독일법인 앞마당에는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독일은 안전성 검사만 통과하면 도심에서도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김도년 기자]

독일 오펜바흐 현대차 독일법인 앞마당에는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독일은 안전성 검사만 통과하면 도심에서도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김도년 기자]

'SPC 모델'과는 상관없이 국내 민간 에너지 기업들도 수소 충전소 확장 계획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전기차 연료는 물론 기존 휘발유와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등을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오는 6월 울산시 북구 연암동에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 충전소만으론 적자가 불가피하다 보니 기존 연료들도 함께 판매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SK그룹도 주유소 공유 사업의 하나로 수소 충전소 구축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소차와 수소 충전소 확장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회에서도 '수소경제법안'이 지난 10일 발의됐다. 5년 단위로 수소경제사회 이행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수소특화단지를 지정해 시범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소경제법에는 수소차 인프라뿐만 아니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미래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인 수소차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만 좋아지면 자동차도 빠르게 보급될 수 있지만, 수소차는 충전소 인프라 시장을 형성해줘야 하는 초기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이라면 지금 당장은 전기차보다 수소차 보급에 예산 지원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권성욱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실장도 "일본의 'SPC 모델'은 정부가 충전소 보조금과 운영비, 설치 융자금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해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라며 "한국에서 추진되는 'SPC 모델'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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