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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49만명 대 410만명 … 학생 숫자 예측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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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면서 '학생 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다. [뉴스1]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면서 '학생 절벽'이 현실화 되고 있다. [뉴스1]

449만 대 410만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30년도 초·중·고교생 숫자 전망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국내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교육부 전망에 정면 반박하면서다. 조 교수는 교육부 예측(449만 명)보다 39만명 적은 410만 명을 주장했다. 조 교수 주장이 맞을 경우 교육부의 '초중고 교원 중장기 수습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영태 교수 “2030년 추정치 잘못 #교사 덜 줄이려고 통계 낸 의혹” #교육부 “최신 통계청 자료” 반박 #교원 수급계획 다시 짜야할 수도

조 교수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 학생 수는 410만 명으로 예상된다"며 "교육부가 발표한 2030년 학생 수 전망은 39만 명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30년 초·중·고교생 학생 수가 410만 명 선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 교수가 실제 거주 인구와 지난해 출산율, 진학·취학률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교육부 추계보다 39만 명 적다.

조 교수는 "교육부가 학생 수 전망치를 늘려 잡는 바람에 장래 필요한 교원 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교원 숫자를 되도록 줄이지 않으려고 통계를 낸 것 같다”며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해 교사를 줄이려면 교원단체의 반대, 교대·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데 교육부가 이런 부담을 피하려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인구학 권위자인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인구학 권위자인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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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교육부의 학생 수 예측과 관련해 "산출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 교원 숫자를 줄이지 않으려고 학생 수를 최대한 늘려놓기 위해 이런 기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심화되는 저출산 현실을 외면하고 인구학적 통계기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에서 전체 초·중·고 학생 수가 올해 559만 명에서 12년 뒤인 2030년에는 449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2030년에 교사당 학생 수를 초등학교 14.9~15.3명, 중·고등학교 11.2~11.5명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교사 수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면 2030년엔 초·중·고 교사는 34만~35만 명이 필요하다. 현재 교사 수 38만여 명(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서 3만~4만 명이 줄어든다.

장미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학생 수 산출 근거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통계, 그리고 통계청이 2015년 내놓은 장래인구추이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년간 진학·취학률을 반영해 전체 학생 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조 교수는 교육부가 통계청의 2015년 장래인구추이를 기준으로 삼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조 교수는 "2015년은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수)이 반짝 올라간 해다. 이 때문에 2015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래인구추이는 미래에도 출산율이 계속 오르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의 '반짝' 증가로 그 당시 나온 장래인구추이는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9명, 2014년 1.21명, 2015년 1.24명으로 증가했지만 2017년 1.05명으로 뚝 떨어졌다.

조 교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이에 따르면 신생아 숫자가 40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게 2030년이지만 지난해 이미 35만 명이 됐다. 교육부가 기준으로 삼은 통계 자체가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의 학생 전망치도 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육부가 학생 수 예측에서 주민등록통계를 쓴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 유학 간 학생들은 주민등록엔 잡히지만 실제로 한국엔 살지 않는다. 주민등록통계는 언제나 실제 인구보다 많이 나온다”며 “학생 수 통계를 전망할 때는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거주 인구를 기준으로 삼아야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학생 수 예측은 교원 수급 계획과 직결돼 있다. 교원을 줄이려면 4년 앞서 교대·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모집정원을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교원 임용 계획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혼선을 초래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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