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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으로 … 시험 때마다 김밥 나눠주는 여교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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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0면

시험 기간 때마다 학생들에게 김밥을 만들어 나눠주는 교수들이 있다. 충남 아산 선문대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봉사회) 얘기다. 지난 25일 낮 12시 선문대 본관 로비. 봉사회 여교수 10여 명이 테이블 위에 김밥 500인분과 요구르트를 수북이 쌓았다. 시험준비에 바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봉사회장인 김원미 교수가 “학생들 어서 오세요”라고 외치자 학생들이 테이블 앞에 줄을 섰다. 불과 5분여 만에 김밥이 모두 사라졌다.

선문대 한마음봉사회 7년째 행사 #회비 내서 1200명 분 직접 만들어

학생들에게 김밥을 나눠주는 행사는 2012년 시작됐다. 여교수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의기투합했다. 매년 1학기 중간고사 때 김밥 1200명분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선문대 한마음 봉사회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5일 선문대 한마음 봉사회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선문대는 학생 1만여 명 가운데 수도권 학생이 60% 정도 된다. 대부분 기차나 버스로 통학해 밥을 챙겨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시험 때는 더 그렇다. 처음 김밥을 나눠줄 때만 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교수님들이 왜 이러실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젠 시험 기간만 되면 김밥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노한솔(22·여·건축사회환경학부)씨는 “4년 내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시험 기간에 김밥을 먹고 있다”며 “김밥도 맛있지만,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응원해주는 게 더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 일본인 학생은 “이런 문화가 한국에서 말하는 ‘정(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회 여교수 회원 34명은 매달 회비를 모은다. 취지에 공감한 동료 교수들도 십시일반 보태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직접 김밥을 만들고 본관 등 5개 건물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이날은 학생 1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동참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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