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입니다. 평창에서 악수를 하고 싶었는데 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 회담 환영 만찬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악수하며 꺼낸 인사말이다. 김영철은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해 문 대통령 내외 뒷줄에 앉아 폐회식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과는 당일 별도 접견 시간을 가졌지만 김 여사와는 따로 인사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영철의 솔직 발언에 문 대통령 내외는 함박 웃음을 지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껄껄껄”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 당일 환영 만찬과 환송 행사를 비롯해 3시간 남짓 평화의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북측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김 여사는 누구보다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와 헤어질 때 귓속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설주는 평화의집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김 여사가 바깥에 나와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왜 나와 계십니까? 저 깜짝 놀랬습니다”라며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만찬에서는 이내 이설주가 김 여사 옆으로 먼저 다가가 술을 권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이설주가 권한 술을 받아 마시고 이설주에게도 술을 따라줬다. 두 사람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가자, 김 여사 옆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설주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을 정도다.
이설주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아 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웠을 땐 김 여사가 넘어갔다. 김 여사가 임 실장 자리에 앉아 세 사람은 담소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지난 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북측 예술단을 이끌고 공연했던 현송월 삼지현관현악단 단장도 당시 공연을 관람했던 김 여사를 찾아와 반가움을 표시했다.
성악을 전공해 예술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퍼스트레이디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역할도 자처했다. 김 여사 아이디어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환담을 나눈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서예가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사진작가 김중만이 재해석한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이란 작품이 걸리게됐다고 한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 다음날인 28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개최된 ‘제4회 궁중문화축전’ 개막제에 참석해 “어제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잡고 마주서는 자리 뒤편에 제가 장식을 해야 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훈민정음 서문을 놓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 내외에게 “(김 여사가) 가구 배치뿐만 아니라, 그림 배치까지 참견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설주가 “그래서 조금 부끄러웠다. 제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이렇게 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