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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주와 귓속말 나눈 김정숙 여사···큐레이터 역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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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입니다. 평창에서 악수를 하고 싶었는데 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 회담 환영 만찬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악수하며 꺼낸 인사말이다. 김영철은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해 문 대통령 내외 뒷줄에 앉아 폐회식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과는 당일 별도 접견 시간을 가졌지만 김 여사와는 따로 인사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영철의 솔직 발언에 문 대통령 내외는 함박 웃음을 지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껄껄껄”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 당일 환영 만찬과 환송 행사를 비롯해 3시간 남짓 평화의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북측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김정숙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환송공연 '봄이 온다'를 보기 위해 손을 잡고 연단에 오르고 있다.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국일보 고영권

김정숙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환송공연 '봄이 온다'를 보기 위해 손을 잡고 연단에 오르고 있다.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국일보 고영권

김정숙 여사가 27일 밤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찬과 공연 관람을 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포웅을 하고 있다.2018.04.27 중앙일보 김상선

김정숙 여사가 27일 밤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찬과 공연 관람을 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포웅을 하고 있다.2018.04.27 중앙일보 김상선

 김 여사는 누구보다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와 헤어질 때 귓속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설주는 평화의집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김 여사가 바깥에 나와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왜 나와 계십니까? 저 깜짝 놀랬습니다”라며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만찬에서는 이내 이설주가 김 여사 옆으로 먼저 다가가 술을 권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이설주가 권한 술을 받아 마시고 이설주에게도 술을 따라줬다. 두 사람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가자, 김 여사 옆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설주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을 정도다.

청와대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뒷 얘기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촬영.<평창올림픽에 이어 봄에 다시 만난 김정숙 여사와 김여정 북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대화 내내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흐뭇한 표정입니다.>/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뒷 얘기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촬영.<평창올림픽에 이어 봄에 다시 만난 김정숙 여사와 김여정 북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대화 내내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흐뭇한 표정입니다.>/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뒷 얘기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촬영.<이미 구면인 현송월 단장과 김정숙 여사의 분위기도 자연스럽습니다. 서훈 국정원장과 탁현민 행정관도 웃고 있는데, 저희도 내용이 궁금합니다>/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뒷 얘기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촬영.<이미 구면인 현송월 단장과 김정숙 여사의 분위기도 자연스럽습니다. 서훈 국정원장과 탁현민 행정관도 웃고 있는데, 저희도 내용이 궁금합니다>/청와대 페이스북

이설주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아 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웠을 땐 김 여사가 넘어갔다. 김 여사가 임 실장 자리에 앉아 세 사람은 담소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지난 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북측 예술단을 이끌고 공연했던 현송월 삼지현관현악단 단장도 당시 공연을 관람했던 김 여사를 찾아와 반가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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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을 전공해 예술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퍼스트레이디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역할도 자처했다. 김 여사 아이디어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환담을 나눈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서예가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사진작가 김중만이 재해석한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이란 작품이 걸리게됐다고 한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 다음날인 28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개최된 ‘제4회 궁중문화축전’ 개막제에 참석해 “어제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잡고 마주서는 자리 뒤편에 제가 장식을 해야 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훈민정음 서문을 놓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 내외에게 “(김 여사가) 가구 배치뿐만 아니라, 그림 배치까지 참견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설주가 “그래서 조금 부끄러웠다. 제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이렇게 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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