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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비무장지대 ‘오장동 농장’ 남북 공동경작 추진”

중앙일보

입력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이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에서 북한 '오장동 농장' 방면을 가리키며 남북 공동경작 추진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이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에서 북한 '오장동 농장' 방면을 가리키며 남북 공동경작 추진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판문점 선언’과 관련, 경기 중북부 지역 접경도시인 경기도 연천군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연천군과 군의회는 30일 북한 농장 남북 공동개발에서부터 북한댐 운영 정보에 대한 남북 공유, 임진강 두루미 남북 공동보호 활동, 경원선 남북 철도 복원, 옛길 복원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 연천군,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추진 #남, 농기구ㆍ비료ㆍ농사기법 등 제공 방식 #북, 인력 제공해 공동 영농활동 하면 상생 #임진강 북한 황강댐 운영정보 공유도 추진 #연천과 북한 잇는 경원선 및 옛길 복원도 #남북 오가며 월동하는 두루미 공동 보호 #“연천을 ‘남북교류 대표도시’로 만들 방침”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은 “연천군과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둔 북한 지역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있는 ‘오장동 농장’을 남과 북이 협력해 공동경작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래식으로 집단 영농을 하는 오장동 농장에 남측이 콤바인 등 현대식 농업 장비와 비료 등 물자를 지원하고, 현대식 영농기법을 전수하는 방안을 통일부 협의를 거쳐 북한 측에 곧 제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연천군과 접한 북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오장동 농장' 전경. [연합뉴스]

경기 연천군과 접한 북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오장동 농장' 전경. [연합뉴스]

오장동 농장은 북측 DMZ의 베티고지와 노리고지 사이 넓은 개활지에 1.2㎢(36만3000평) 규모로 광활하게 조성돼 있다. 임진강 상류 북단과 접해 있다. 북한군과 주민들은 매년 4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이곳에서 옥수수·벼·채소 등을 재배한다. 집단농장인 이곳에는 많을 때는 100여 명이 나와 단체로 농사를 짓는다. 이곳은 6.25 전쟁 전에는 연천군 지역이었다.
이곳은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1600m 거리에 있는 대풍전망대에 오르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망원경으로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그는 “연천에서 차량으로 불과 10여 분이면 닿을 가까운 곳에 있는 오장동 농장을 남북이 공동경작하게 되면,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남북 모두에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특히 이를 통해 남북 접경지역 도시 간 신뢰 구축과 상호교류 및 왕래의 촉매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에 대비하게 위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상류에 조성된 군남댐 전경. 전익진 기자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에 대비하게 위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상류에 조성된 군남댐 전경. 전익진 기자

이와 함께 이곳과 인접한 임진강 상류 북한댐의 운영 정보를 남북이 공유하는 방안도 북측에 제안키로 했다.
이종만 의장은 “군사분계선 북방 42.3㎞ 지점에 임진강에 위치한 북한 황강댐(총저수량 3억5000만t)과 북방한계선 등 황강댐 주변에 있는 4월5일댐 1∼4호(총 1억4000만t) 등 임진강 상류 북한댐의 방류 및 담수 등 댐 운영정보를 남북이 공유하는 방안도 북측에 요청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4개 북한댐의 총 저수량은 4억9000만t에 달한다. 북한에서 일시에 방류할 경우 남한 임진강 유역에서는 수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북한의 무단 방류에 대비해 임진강 상류 연천에 총 저수량 7160만t 규모의 대응댐 성격의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을 조성해 뒀지만, 총 담수량 규모가 북한댐 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 황강댐과 4월 5일댐 1~4호, 우리 측 군남댐(대응댐) 위치도. [중앙포토]

북한 황강댐과 4월 5일댐 1~4호, 우리 측 군남댐(대응댐)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에서는 그동안 북한댐의 방류로 인해 우리 쪽의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고, 무단 담수로 인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피해는 북한 측이 댐 운영 정보를 우리 측에 통보하지 않아서 빚어진 결과다.
실제 군남댐이 조성 중이던 2009년 9월 6일 북측의 무단 방류로 군남댐 하류 연천 지역에 물난리가 발생해 야영객을 비롯해 모두 6명이 숨졌다. 당시 북한 황강댐은 만수위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2016년 5월 파주·연천 임진강에 설치해 둔 어구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어민 100여 명이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한동안 어로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등 피해가 빈발해 왔다.
임진강 어민들은 “북한댐에서 방류와 담수 등의 댐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우리 측에 통보해 준다면 안전한 가운데 어구 피해도 없이 조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폐쇄된 경원선 옛 철길과 교각이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관광용으로 보존돼 있디. 전익진 기자

폐쇄된 경원선 옛 철길과 교각이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관광용으로 보존돼 있디. 전익진 기자

연천군은 또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연천과 북한을 남북으로 잇는 경원선 철도 및 옛길 복원도 정부 측에 건의하기로 했다. 정의돌 연천군 부군수는 “경원선은 수도권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잇는 최단거리 노선이어서 경의선, 동해선보다 경제성이 좋은 철도 노선”이라며 “경원선이 남북 간 운행을 재개하면 한반도와 러시아,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철도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부·중부·동부 3개 철도 연결이 동시에 추진되면 남북교류협력의 성과가 한반도 전역에 골고루 퍼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서울∼신의주)과 동해선(부산∼원산)을 비롯한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원선 철도복원공사 남측 추진구간. [연합뉴스]

경원선 철도복원공사 남측 추진구간. [연합뉴스]

1914년 8월 개통된 경원선은 서울 용산∼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철원(백마고지)∼북한 원산 등 223.7㎞를 운행하며 물자수송을 담당했다. 이후 1945년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고 6·25 전쟁으로 DMZ 등 남북 접경구간 31㎞가 파괴됐다. 현재는 철원 백마고지역 구간만 운행된다.

분단과 경원선 단절 70년 만인 2015년 통일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경원선 남측 구간 9.3㎞ 복원이 추진됐다. 군사분계선 구간 2.4㎞와 북측 구간은 북한과 합의 후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해 8월 남북 연결에 대한 기대를 모으며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기공식까지 열렸으나 토지 매입 지연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연천군과 연천군의회는 이와 함께 옛길 남북 간 잇기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은 “연천군 민통선 내 태풍전망대 인근 임진강변을 따라 남북을 잇던 DMZ 구간의 옛길(376번 지방도)을 복원해 국토의 중앙을 남북으로 잇는 연결도로도 시급히 개통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길은 현재 군 작전도로와 사용 중이기에 남북이 당장 연결해 개통할 수 있다”며 “이후 도로를 확장하거나 인근으로 새길을 내는 방식으로 남북 연결도로 본격 개통을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올 겨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 중인 모습.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올 겨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 중인 모습.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연천군과 군의회는 이 밖에도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에 대한 보호 활동 및 공동연구 등에도 남북 접경지역 도시 간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연천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일대에는 매년 겨울이면 세계적인 멸종 위기 조류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700여 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남북의 임진강을 오가며 겨울을 나는 두루미를 남북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보호할 경우 임진강 두루미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뿐 아니라 임진강 월동지가 세계적인 두루미 생태관광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 위치도. [중앙포토]

연천군과 군의회는 ‘판문점 선언’과 관련, 앞으로 당장 실현 가능하고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분야부터 남북 교류를 본격화해 나가면서 낙후된 접경도시인 연천을 남북교류 거점 도시 및 세계적 관광생태 도시로 변모시킨다는 방침이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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