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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로 총 길이 남한의 25%, 간선도로 포장률은 20%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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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 건설업계에 남북 경제협력 특수(特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해외 건설사업 부진, 국내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고민하던 건설업계는 이번 판문점 선언이 이행된다면 중장기적으로 불황을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됐던 2007년 5월 경의선 열차가 개성에서 돌아오는 모습. [연합뉴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됐던 2007년 5월 경의선 열차가 개성에서 돌아오는 모습. [연합뉴스]

대한건설협회는 27일 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남북 두 정상이 회담에서 남북 간 철도를 잇자는 얘기를 주고받은 것은 건설업계로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라며 “건설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남북경협, 나아가 통일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큰 산업”이라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 건설업계 특수 오나] #경의·동해선 연결, 10·4 이행 합의 #남북 경제협력 최대 수혜는 건설업 #10·4 선언 이행시 생산효과 37조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다시 주목 #김정은 위원장 “도로 사정” 발언 관심 #

협회는 다음달 8일 건설업계, 연구기관, 공기업,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통일포럼’을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열 계획이다.

2007년 5월 동해선 열차가 북측 통문을 지나 남측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을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2007년 5월 동해선 열차가 북측 통문을 지나 남측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을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회담 때 말한 ‘북한 도로 사정’ 얘기는 건설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이 끝날 무렵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제안하면서 “내가 오늘 내려와 봐서 아는데 우리(북한) 도로라는 게 불편하다”며 “비행기로 오시면 잘 마중하겠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낙후된 도로 사정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데 깜짝 놀랐다”며 “건설업계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사업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로 들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2016년 말 내놓은 '한반도 통일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도로는 연장 길이 2만6164km로 남한(10만 5673km)의 2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간선도로는 포장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건설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10·4 선언에서 남북은 2차 개성공업지구 건설, 경제특구 건설, 문산~봉동 철도화물 수송,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 이용하기 위한 개보수,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에 합의했다.

당시 통일연구원과 민간 연구기관 등은 10·4 선언의 합의 사항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남한은 26조~3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얻고, 11조~16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연합뉴스]

구체적인 업계의 제안도 나왔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7일 ‘남북 사회문화 및 경제협력사업 중 우선 추진 과제’ 라는 정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중단된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고 2·3차 사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1단계(330만㎡)에서 중단된 개성공단 사업을 애초 계획대로 3단계(6천600만㎡)까지 추진하자는 것이다.

또한 금강산 관광 사업과 나진∼하산 프로젝트(철도 현대화, 라진항 현대화, 복합물류사업 등)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원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남포·안변 조선협력단지, 백두산 관광·직항로 개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경수로 건설 등 북한 내 전력난 해소 방안 마련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밝힌 공약이자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을 환서해권·환동해권·비무장지대(DMZ) 등 3개 벨트로 연결해 H축 형태로 한반도를 개발한다는 구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경제지도 구상은 환동해권을 남북이 공동으로 에너지·자원벨트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동해안과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나진-선봉이나 청진, 신포-단천, 원산, 함흥-흥남 등 주요 지역에 도로·철도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환서해권은 산업·물류·교통을 중심으로 한 경협벨트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넘어 중국과 연결되는 광역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DMZ는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로 개발하고 금강산, 원산, 백두산을 이어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이다.

모두 건설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 사업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대통령의 공약이나 구상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우선 추진한다는 합의는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서 강조하는 사업들”이라며 “향후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큰 틀의 추가적인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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