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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억짜리 골칫덩이 된 '문산호'…안전 문제로 4년째 방치

중앙일보

입력

경북 영덕군 7번국도 해변에 위치한 문산호 전시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을 본떠 만들었다. [사진 영덕군]

경북 영덕군 7번국도 해변에 위치한 문산호 전시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을 본떠 만들었다. [사진 영덕군]

7번 국도를 타고 경북 포항에서 영덕으로 올라가다 보면 해변에 높이 26m, 길이 90m에 달하는 거대한 선박 한 척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덕군이 6·25 전쟁 당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작전에 투입된 문산호 모양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문산호는 겉으로 보기엔 이미 완성된 것 같지만 4년째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착공을 시작해 2015년엔 문을 열었어야 했다. 하지만 공정률 80% 넘긴 시점에 각종 안전 문제가 드러나고 급기야 영덕군과 시공사의 법적 분쟁까지 발생하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320여억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언제 문을 열지조차 알 수 없는 문산호. 최근 영덕군과 시공사의 소송전에서 공사가 늦어진 귀책 사유가 시공사에 있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문산호 개관이 한 발 가까워졌다.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설치된 상륙함 문산호 실물 모형의 전시관. [사진 경북도]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설치된 상륙함 문산호 실물 모형의 전시관. [사진 경북도]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2일 법원 지정 감정인이 귀책사유가 시공사 측에 있다는 감정 결과를 대구지법 영덕지원에 제출했다. 영덕군은 75일간의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2억3000여만원을 시공사에게 청구할 수 있고, 반대로 시공사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6억여원을 영덕군에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이르면 올 연말 문산호는 공사를 마치고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원래 2012년 12월 착공해 2015년 5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내부에 장사상륙작전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전시품들도 배치했다. 국비 140억원을 포함해 모두 324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하지만 2015년 경북도 감사에서 배 뒤쪽 내부 구조물이 휘는 등 안전 결함이 발견됐다. 태풍과 파도를 견디지 못해 구조물이 휘어졌다. 북동쪽에서 몰려오는 바람과 파도를 막을 시설이 없던 게 이유였다.

시공 당시 문산호를 바다 위에 설치하려고 물 속에 하부 지지 시설을 만들어 선체를 고정했기 때문에 육지로 배를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다. 북쪽에 수중 방파제를 짓기 위해서는 다시 1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경북 영덕군 7번국도 해변에 위치한 문산호 전시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을 본떠 만들었다. [사진 영덕군]

경북 영덕군 7번국도 해변에 위치한 문산호 전시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을 본떠 만들었다. [사진 영덕군]

영덕군과 시공업체 사이의 소송 문제도 준공이 늦어지는 원인이다. 군은 애초 준공 기한인 2015년 1월을 넘기면서 지연배상금 60억원을 시공사에 부과했다. 시공사가 배상금을 내지 않아 지난해 9월 10억원을 우선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공사는 이에 맞서 공사대금 중 미지급금 2억원을 먼저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한편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에 실시된 상륙작전으로 1950년 9월 14일 오전 4시30분에 개시됐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적의 대응을 늦추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다. 북한군에 밀리던 유엔군은 교착 상태를 깨고 북한 주력부대의 시선을 동해안으로 돌리기 위해 학도병 772명으로 급조한 유격대로 상륙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문산호가 침몰하고 1주일 전투에서 전사자 139명, 부상자 92명을 내는 큰 희생을 치렀다.

영덕=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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