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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강북 사는 새댁 영미, 강남 아파트 임대 왜 안 되나···행복주택 제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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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지난달 특별공급 10대 당첨자가 나온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견본주택. 정부는 특별공급 주택을 9억원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특별공급 10대 당첨자가 나온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견본주택. 정부는 특별공급 주택을 9억원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 강북 신혼부부는 강남 못 들어가...특별공급·행복주택 '자격 제한' 시끌

# 서울에 살며 중고생 자녀 셋을 두고 있는 김모씨. 방이 많은 집으로 옮기기 위해 4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다. 청약점수가 낮아 일반공급에 신청해서는 당첨 확률이 낮아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정부, 특별공급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서울, 분양가 비싸 상당수 9억원 초과 #가점제 강화로 일반공급 문턱 높아져 #해당 자치구에 행복주택 우선공급 #신혼부부용 80%가 강남권 몫 #강북서 분양받기 '낙타 바늘귀'

그런데 최근 정부가 특별공급 주택을 분양가 9억원 이하로 제한하기로 하는 바람에 넓은 집으로 갈아탈 계획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서울에서 40평대 아파트는 웬만해서 9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 서울 마포구에 전세로 사는 결혼 4년 차 박 모씨. 지난달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이 서초구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직장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마침 근처에 분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집공고를 보고 실망했다. 분양 물량 모두 서초구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줬다.

요즘 아파트 특별공급과 행복주택 우선공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별공급은 가격 제한을, 행복주택의 경우 거주지 제한을 두고서다. 이해 당사자들에서 규제의 정도가 지나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특별공급 물량을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로 줄이기로 하고 현재 관련 법령 개정 작업 중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분당구·대구 수성구·세종 등 전국 29곳이다.

정부는 25일 서울·과천 5개 단지 특별공급 당첨자들에게서 불법 의심사례 50건을 적발했다고 밝히며 특별공급 규제에 힘을 보탰다.

특별공급, 투기과열지구에서 폐지된 적도 

특별공급이 투기 창구로 지목받으며 규제를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별공급이 제도화된 1978년 이후 5년 만인 83년,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제도를 도입하며 투기과열지구 내 특별공급을 없앴다.

당시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자는 주택 건설 지역 주택 소유자와 해외에서 돌아온 박사·근로자 정도였다.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99년 투기과열지구가 폐지될 때 특별공급이 다시 살아났다.

2003년 들어선 노무현 정부 때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자가 대폭 확대됐다. 물량은 전체의 10%로 늘지 않았으나 공공이 짓는 임대주택 등 국민주택 특별공급 대상자에 들어있던 사회적 배려 계층이 대거 합류했다. 2003년 초 5가지였던 대상자가 2007년 13가지가 됐다.

2000년대 중반 집값이 크게 뛰고 투기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2007년 9월 청약가점제를 도입하면서 특별공급 횟수를 한 차례로 제한했다. “특별공급 요건이 무주택 세대주이지만 공급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 대상자가 여러 차례 특별공급을 받아 전매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가 설명한 이유였다.

이번 특별공급 규제는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특별공급 대상자는 20가지로 훨씬 다양해졌지만, 물량이 확 줄어서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서울 강남권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기면서 대개 가장 작은 주택형인 59㎡(이하 전용면적)도 웬만해선 10억원을 초과한다. 특별공급을 통한 강남권 입성의 길이 막힌 셈이다.

서울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 평균 9억원 넘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서울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3.3㎡당 분양가가 전용 85~102㎡ 2580만원, 102㎡ 초과 2390만원이다. 40평대 이상은 9억원을 넘는다. 특별공급 주택 크기 제한이 없는 다자녀 가구와 노부모 부양자의 선택 폭이 좁아지게 됐다. 기관추천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만 85㎡ 이하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가점제가 85㎡ 이하 100%, 85㎡ 초과 50%로 강화되면서 일반공급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어려워졌다.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

특별공급이라는 ‘지름길’이 없어지면 일반공급으로 분양받아야 하는데 청약가점을 높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별공급 투기를 막으려면 제도를 보완해야지 가격 제한은 사실상 특별공급을 폐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국토부 민원창구 등에 쏟아지고 있다.

해당 자치구에 행복주택 우선 공급  

행복주택 우선 공급에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의 60~80% 임대료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문제는 일반공급에 우선하는 우선공급의 거주지 제한이다.

자료: SH공사

자료: SH공사

신규 분양은 대개 생활권이 같은 지역 거주자에게 분양한다. 경기도 등 도에선 시·군 단위다. 시·군으로도 지역이 넓어서다. 부산 등 광역시에선 광역시가 기준이다. 군·구의 범위가 넓지 않고 광역시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에 나오는 행복주택은 해당 자치구 거주자에게 물량 대부분을 우선공급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 거주자가 들어가기가 힘들다.

이는 행복주택 우선공급 자격을 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우선공급 대상을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해당 시·군·구 거주자로 제한하고 있다. 행복주택에 대한 주민 반대가 많아 '당근'으로 해당 지역 거주자에 우선권을 주려는 취지다. 우선공급 물량은 전체의 50%다.

그런데 자치단체가 직접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우선공급 물량을 100%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행복주택 우선공급 물량을 50%보다 훨씬 많이 늘렸다.

행복주택이 자치구별로 골고루 나오면 상관없지만 일부 지역에 편중되면서 다른 지역의 불만을 사게 됐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신혼부부용 행복주택이 그렇다.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 완화를 받는 대신 완화 용적률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이 임대주택은 서울시가 매입해 그동안 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공급됐다.

서울시는 재건축 임대주택을 올해부터 행복주택으로 공급기로 했다. 행복주택 공급량을 늘릴 목적인데 재건축 임대주택 크기가 40~60㎡ 정도여서 신혼부부용으로 적합하다.

자료: SH공사

자료: SH공사

재건축 임대주택은 앞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될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구분 없이 같은 동에 섞여들어서면서 마감재 등 품질 차이도 없다. 일반 아파트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강남권 신혼부부 행복주택 우선공급 80% 

지난달 강남권 4개 재건축 단지의 신혼부부용 행복주택 분양물량 394가구 중 80%인 316가구가 우선공급 물량이었다. 일부 단지에선 수요가 많은 59㎡ 물량 전체가 우선공급으로 배정됐다.

자료: SH공사

자료: SH공사

신청 접수 결과 우선공급 경쟁률이 3.5대 1이었는데 일반공급은 3배가 넘는 12.1대 1이었다.

서울시의 예산으로 공급되는 강남권 신혼부부 행복주택에 다른 지역 거주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5년 이후 분양된 재건축 단지가 많아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신혼부부 행복주택 분양이 잇따를 전망이다. 행복주택 우선공급을 받기 위한 위장 전입 등 불법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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