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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핸들 그립, 엄지·약지·소지 세개로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6)

지난 글에서 핸들을 잡을 때 팔의 모양에 대해 알아보았다. 복습하자면 팔꿈치를 들어 올려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하는 것이 불규칙한 노면 상태의 일반도로를 달리기에 유리한 자세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시간에는 핸들 그립을 잡았을 때 클러치와 앞브레이크 레버를 잡는 요령에 대한 이야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무지막지하게 중요한 것이 바로 그립과 레버를 잡는 방법이다.

무지막지하게 중요한 그립·레버 잡는 법

우선 많은 라이더가 네 손가락을 쭉 펴서 클러치나 브레이크 레버를 작동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늘 하던 습관이니 그렇게 하더라도 일상적인 주행에는 무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평상적인 주행 때는 다섯 손가락 모두 그립만 잡고 있다가 레버를 작동해야 할 때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사용해 레버를 잡거나, 네 손가락을 평상시에도 레버 위에 올려놓고 달리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미안하지만 모두 좋은 습관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MOTO GP 선수도 레버를 작동해야 할 때만 네 손가락을 사용해 레버를 쓰더라.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는 거다.”

맞다. MOTO GP 선수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레버를 사용할 때 네 손가락을 이용해 작동한다. 하지만 그곳은 서킷이다. 일정한 트랙을 누가 빨리 달리느냐를 가리는 경주장이다. 그런데 일반도로는 대부분 바이크보다 큰 차와 초보 운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를 위협할지 모르는 곳이다. 서킷에서처럼 브레이킹구간, 변속구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공간이 아니다.

레버를 작동해야할 때, 네 손가락을 쭉 펴서 클러치나 브레이크 레버를 잡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 현종화]

레버를 작동해야할 때, 네 손가락을 쭉 펴서 클러치나 브레이크 레버를 잡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 현종화]

그렇다면 일반도로에서는 어떻게 레버를 작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그것은 두 손가락, 즉 검지와 중지를 앞브레이크와 클러치 레버에 상시로 걸쳐놓고 돌발 상황에 상시로 대비하는 자세다.

인간의 조건반사 능력은 개인별로 다르다. 훈련된 레이서의 조건반사는 0.001초인 경우도 있다. 반면 둔한 사람은 1초일 수 있다. 그런데 그립을 다섯 손가락으로 모두 쥐고 있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손가락을 다시 펴서 레버를 작동한다면 상당한 시간적 손해를 보게 된다.

반면 언제 돌발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네 손가락을 모두 펴서 레버에 올려놓고 주행하는 것도 핸들 그립이 불량해져서 핸들이 흔들릴 때 대처하기 어렵다.

조건반사에 의한 조작 과정 0.01~1초 사이

인간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눈으로 본다. 그리고 눈의 시신경은 뇌로 위험을 알린다. 뇌는 다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최종 조작 명령을 근육에 전달한다.

이 같은 조건반사에 의한 조작 과정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0.01초에서 1초 정도다. 그런데 그립을 모두 잡고 있던 손가락이 브레이크 레버를 작동하기 위해 다시 펴지는 단계를 거친다면 적어도 0.2초를 까먹는 것과 같다.

그래서 엄지·약지·새끼손가락은 그립을 쥐고, 검지와 중지는 클러치 레버나 앞브레이크에 상시로 대기하면서 위험요소가 있다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출장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세는 장시간 운전할 때 손가락의 피로도가 큰 자세이기도 하다. 그럴 때는 엄지와 검지로 그립을 잡고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클러치나 앞브레이크에 대기해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엄지·약지·새끼 손가락은 그립을 쥐고, 검지와 중지는 클러치 레버나 앞브레이크에 상시 대기하면서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즉시 조취를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좋다. [사진 현종화]

엄지·약지·새끼 손가락은 그립을 쥐고, 검지와 중지는 클러치 레버나 앞브레이크에 상시 대기하면서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즉시 조취를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좋다. [사진 현종화]

장시간 운전으로 손가락의 피로도가 높아지면 엄지와 검지로 그립을 잡고 중지·약지·새끼손가락을 클러치에 대기하는 방법으로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사진 현종화]

장시간 운전으로 손가락의 피로도가 높아지면 엄지와 검지로 그립을 잡고 중지·약지·새끼손가락을 클러치에 대기하는 방법으로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사진 현종화]

앞브레이크 레버의 경우 정교하게 조작해야 하므로 내 경우 중지 하나만 레버에 대기해놓는다. 중지만 앞으로 뻗어 있는 모양이 좀 상스럽지만, 중지는 가장 길기 때문에 레버에 대기하기 좋은 손가락이다.

최근 출시되는 바이크는 유압브레이크가 잘 돼 있어 중지 하나로도 충분히 브레이킹이 가능하다.

앞브레이크 레버의 경우 정교한 조작을 위해 중지 하나만 레버에 대기해 놓는다. [사진 현종화]

앞브레이크 레버의 경우 정교한 조작을 위해 중지 하나만 레버에 대기해 놓는다. [사진 현종화]

핸들은 세게 잡지 말라

핸들의 그립은 세게 잡을 필요는 없다. 평상시에 핸들 그립을 잡을 때는 단단히 잡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손을 핸들에서 떨어지지 않게만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그립을 잡으면 된다. 오히려 상체에 힘이 들어가 팔에 체중이 실리면 매우 좋지 않은 자세다. 하체에 힘을 주어 지탱한다면 상체의 힘은 저절로 빠진다.

핸들 그립과 레버를 조작하는 자세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가장 빠르게 레버를 조작하며 핸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대다수의 라이더는 이 사소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기본교육도 배우지 못한 채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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