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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만 들렸다, 文·金 '도보다리 단독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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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수행원 없이 군사분계선 표식 ‘도보다리’ 산책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공동 식수로 오후 일정을 시작한 뒤 군사분계선(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도보다리에서 친교 산책을 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초반 사진 촬영을 한 스태프들이 일제히 빠진후 배석자 없는 사실상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2018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 후 도보다리에서 독대하는 모습이 생방송 중계되고 있다. 판문점=김상선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2018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 후 도보다리에서 독대하는 모습이 생방송 중계되고 있다. 판문점=김상선 기자

4시 42분쯤 '도보다리' 끝 부분에 마련된 의자에 단 둘이 마주보고 앉은 남북 정상을 4명의 남북사진기자들에게 잠깐 동안 촬영시간을 내 준 뒤 5시12분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를 마친 남북정상은 평화의 집으로 이동,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폴란드·스위스·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됐다.

과거 유엔사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번역해 도보다리라고 불렀다. 정부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당초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장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에 설치된 표식판 0001호에서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m 간격으로, 휴전선 약 250㎞에 걸쳐 설치돼 있다.

도보다리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101번째(0101호)이다. 설치 당시에는 황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군사분계선' '0101'이라고 표기돼 있었으나 현재는 녹슬어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까지 양 정상이 함께 산책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담소를 나눠 사실상 단독회담이 진행됐다. 우리 측은 도보다리가 2018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역사적 현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도보다리 산책은 우리측이 도보다리 너비를 확장하는 등 정성들여 준비하자 북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성사됐다고 한다. 두 정상은 담소를 나눈 후 도보다리 길을 다시 걸어 평화의 집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앞서 양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 15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 2층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해 11시 55분까지 약 100분간 회담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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