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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수행원 분무기로 소독약 뿌리며···김정은 '절대경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절대권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북한측의 삼엄한 경호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차량에 붙어있는 국무위원장 마크와 차량에 비친 경호원 모습. 김상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차량에 붙어있는 국무위원장 마크와 차량에 비친 경호원 모습. 김상선 기자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기 직전인 오전 9시23분. 문 대통령과 수행원 일행이 우리측 평화의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북측 경호원 2명이 1층 로비로 들어섰다. 김 위원장이 사용할 방명록이 놓인 책상쪽으로 향한 일행 중 한 명은 의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흰색 천으로 의자의 앉는 부분과 등받이, 팔걸이, 다리 부분을 닦기 시작했다. 이어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다시 한 번 흰색 천으로 의자를 닦았다. 방명록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에 소독약을 분무한 뒤 헝겊으로 두 차례 닦았다. 김 위원장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측이 준비한 펜까지 꼼꼼하게 닦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펜을 건네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펜을 건네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다른 한 사람은 검은색 가방에서 별도의 장비를 꺼냈다. 그는 헤드폰을 쓰고 검은색 넓적한 사각판을 의자와 책상쪽에 가져다댔다. 우리측 경호 관계자는 “폭발물이나 도청장치가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경호원들은 이후 1층 환담장으로 이동해 소독과 도청 검사를 이어갔다. 경호원들은 회담장 내 김 위원장이 앉게 되는 중앙 의자 뒷쪽으로는 시작 전부터 풀기자단의 접근을 아예 막기도 했다.

오전 9시41분. 문 대통령의 안내로 평화의 집으로 들어선 뒤 방명록대로 이동한 김 위원장은 북측 경호원이 닦아놓은 펜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별도의 케이스에 담아온 펜을 사용해 방명록에 서명했다. 우리측 관계자는 “실무회담에서 펜을 여러 개 준비해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적을 펜을 고르게 하겠다고 제안했더니 북측이 펜은 우리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을 위해 탑승한 차량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으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7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을 위해 탑승한 차량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으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오전 11시55분 회담을 마친 뒤 평화의 집을 나온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로고가 박힌 벤츠 리무진을 이용해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하자 평소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경호팀 12명이 차량의 양측과 뒷쪽을 에워싸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190㎝가 넘는 장신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이들은 차량이 북측으로 넘어간 뒤 카메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이날 회담에 앞서 미 CBS와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전용 화장실을 가지고 남측에 내려온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배설물을 통해 건강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CBS는 북한 지도부가 북한 내 군 기지와 국영 공장 현장을 방문할 때도 이같이 전용 화장실이 구비된 차량이 동행한다고 보도했다.

박유미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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