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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창의 인재..."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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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오늘, 우리나라의 교육 목표를 단 하나만 꼽자면 ‘창의융합 인재 육성’이다. 교육부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 창의 융합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형태와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주입식 교육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양기초연구소장 인터뷰 #창의융합 역량 기르는 읽기·말하기·쓰기 등 언어 교육 #"다양한 생각을 쓰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도 떠올라" #"외국어는 창의 융합능력을 기르는 도구될 수 있다"

성균관대 교양기초연구소장을 맡은 박정하 교수는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써라." 언어와 사고력, 창의력이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거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언어와 창의성에 대한 권위자다. 독서·토론·논술로 대표되는 언어교육에도 정통하다. 한국사고와표현학회장,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장과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

창의 융합 역량 기르는 읽기·말하기·쓰기
-국내 학생들의 언어활동능력(읽기·말하기·쓰기)은 해외(영미·유럽권)와 비교해서 어떤가.

"대학 신입생을 기준으로 같은 나이의 해외 학생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처럼 꾸준히 훈련을 안 해서다. 생활 속에서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 토론을 따로 훈련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자료를 읽고, 생각 확장하고, 직접 쓰는 것까지 해봐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쓰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인문학 교육을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읽고 쓰는 훈련을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이런 활동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중·고교에서는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토론하고 에세이 써서 교사에게 평가를 받아 성적을 매긴다. 우리나라는 최근 조금 나아졌지만 상급학교로 갈수록 읽고 쓰는 시간이 턱없이 줄어든다."

-국내 교육과정의 문제인가.
"교육과정에는 다양한 훈련 자료가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안 이뤄진다. 중고등 교과 과정에 다양한 글을 읽고 토론하고 자신의 글을 써 보게 돼 있는데,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독서·토론·글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대입 준비 때문이다. 독서·토론·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는 '화법과 작문', '문학' 같은 과목을 들어도 그 시간에 수능 문제를 푸는 게 현실이다."

-창의 융합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충실한 언어 활동(읽기·말하기·쓰기)이 중요하다. 많이 읽는 게 기본적으로는 좋다. 과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읽어야 융합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생긴다. 그러나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창의 융합 능력을 기르려면 다소 읽는 분량을 줄이더라도, 읽은 것을 바탕으로 토론하고 써가면서 응용하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매주 짧은 글 한 편이라도 쓰면 효과적
-부모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법을 훈련할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다. 매주 짧은 글을 한 편씩 써보게 하는 식이다. 가정에서는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인문학·고전 읽기의 올바른 지도법이 궁금하다.
문학은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 비문학은 발췌독도 충분하다.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비문학 자료로 수업할 때는 원서 전체를 공부하지 않는다. 특정 페이지의 특정 지문만 꼭꼭 씹어 소화한다. 초등학생에게 어려운 고전을 읽히는 것은 반대한다. 연령별 수준에 맞는 작품을 읽는 게 올바르다. 텍스트는 목표가 아니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수단이고 디딤돌일 뿐이다.

-어려운 책에 도전해서 소화하는 과정에서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
"단기적으로만 먼저 도달했다고 장기적으로 도달할 지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창의 융합이라는 말은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는 옛말과 통한다. 어려운 것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쉽고 단순한 그림책 하나를 읽더라도 그 내용을 자기의 상황에 맞춰서 다른 사물에 적용하는 게 창의융합이다."

-중고교생은 어떤 목표로 책을 읽어야 하나.
"중·고교생의 독서는 진로교육, 인성교육과 연결된다. 고전문학,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한다. 청소년 진로교육은 특정한 직업을 고르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어떤 가치를 두고 살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궁극적 목표다.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 유형을 보면서 바람직한 인간상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인간이 비난받거나 롤모델이 되는지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인성교육, 진로교육이 된다. 또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뛰어난 성과를 낸 학생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해하는 걸 자주 본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기회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중고 학년별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달라.

"초등학생은 정서가 풍부하고 상상력이 가득한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 좋다. 아직 논술문을 쓸 때는 아니다.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토론 훈련이 필요하다. 고학년의 경우 감상문 쓰기와 논리적 글쓰기 비율을 8대2 정도로 연습하면 된다. 중학생은 이 비율을 5:5로 늘린다. 논리적 글쓰기의 기본은 한 문단 쓰기다. 논리정연하게 한 문단만 쓸 줄 알아도 중학교 글쓰기는 성공이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①찬성이나 반대 ② 문제점 분석 ③ 원인 파악 ④ 해결책 등을 각각 한 문단만 써보는 식이다. 이 4가지 유형이 논술문의 기본 틀이다. 고등학생은 중학생 시절에 연습한 한 문단의 글을 확장·연결해서 장문의 논술문을 훈련할 수 있다."

-형식이 있는 글쓰기는 창의 융합 능력을 제한하는 것 아닌가.
"창의성의 개념을 오해한 것이다. 창의성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발산적 창의성과 수렴적 창의성이다. 보통 사람들은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발산적 창의성만 창의성으로 생각한다. 수렴적 창의성은 다르다. 알고 있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해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논술 훈련으로 수렴적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창의융합적인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융합 적용하는 글쓰기다. 시도 지어보고, 새로운 비유도 만들어보고, 표현도 다르게 해보는 식의 창의적인 글쓰기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본 창의 융합 능력이 뛰어난 대학생은 고교 때부터 600자 분량의 글을 매주 한 편씩 썼다고 했다. 논술 훈련을 한 것이다."

외국어 교육은 창의융합 능력 기르는 도구
-영어 교육이 창의융합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나.

"영어뿐만 아니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익힌다면, 그 과정에서 창의 융합 활동을 잘할 확률이 커진다. 해당 외국어와 관련된 문화를 익히고 다양한 의사소통 훈련을 하면, 아이의 입장에서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국어로 해당 국가의 외국인과 토론한다면 서로 이질적인 자료와 문화를 적용하고 융합하는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외국어는 창의 융합 능력을 기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번역기가 일상이 될 미래에 영어교육이 필요한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하게 뜻을 이해하는 능력만 배우는 건 아니다.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언어훈련 과정은 사고훈련 과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외국어 레벨테스트를 볼 때 단어의 뜻만 알아서는 높은 단계로 오를 수가 없다."

이지은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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