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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이 서울 ‘로또분양’ 당첨 … 위장전입·대리청약 의심 50건 적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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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로또분양’

서울 ‘로또분양’

#1. 전남 지역 공무원인 A씨는 가족과 별개로 본인만 서울에 주소를 두고 서울 소재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에 당첨됐다. 부인과 자녀는 부인 직장이 있는 전남에 주소를 두고 있다. 청약도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대리했다.

서울·과천 5개단지 특별공급 조사 #부모와 따로 사는 20대 초반 장애인 #올들어 세번 주소 옮겼는데 분양 #개포자이가 30건으로 가장 많아 #국토부, 일반공급까지 점검 확대

#2. 장애인 특별공급 당첨자 B씨는 지난 2월부터 3회에 걸쳐 주소를 옮겼다. 경기도 수원→서울→인천으로 전출입한 기록이 있다. B씨는 20대 초반의 지체 장애인인데, 부모와 다른 주소에 단독 세대주로 등재돼 있다.

최근 분양한 서울과 경기도 과천시 일대 5개 아파트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국토교통부가 25일 공개한 주요 불법행위 의심사례다. 국토부는 주민등록 등·초본 등 당첨자의 기본 서류와 재직기관 조사 등을 통해 불법행위 의심자 50명을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5개 단지 특별공급 당첨자 732명의 6.8%에 이른다. 조사 대상 단지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와 ‘논현 아이파크’, 마포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염리3구역 재개발),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당산상아·현대 재건축), 과천시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등 5곳이다.

특별공급은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나 부모 부양가족, 신혼부부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 1순위 청약에 앞서 실시되는 제도다. 민영주택의 경우 전체 물량의 최대 33%를 배정할 수 있다.

수사 의뢰 대상을 유형별로 보면 위장전입 의심자가 31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족이 아닌 제3자의 대리 청약으로 통장 불법 거래 등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가 9건, 허위 소득 신고 의심 사례 7건 등이다. 단지별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30건, 마포 프레스티지자이 7건, 과천 위버필드 6건, 논현 아이파크 5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2건 등 순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위장전입 의심 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발견됐다.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해 주소를 허위로 옮기거나, 함께 살지 않는 부모를 동거인으로 신고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C씨는 월평균 소득이 551만원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3인 가족 기준 소득(500만원 이하)을 넘어서자 청약 20일 전에 모친을 전입시켜 4인 가구로 만들었다. 특별공급의 4인 가구 소득 기준은 ‘600만원 이하’여서 그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수 있었다. 또 연소득을 ‘-1500만원’, ‘-2700만원’으로 신고한 당첨자도 있었다.

청약통장 불법매매가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한 다자녀 특별공급 당첨자는 가족이 아닌 제3자가 대리 청약을 해 당첨됐는데,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 초본도 대리인이 발급받았다. 국토부는 “불법은 아니지만, 목돈을 필요로 하는 주택 청약에서 제3자가 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청약통장 불법 거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의심 사례는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등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주택 공급질서 교란 행위자로 확정되면 주택법령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 주택공급 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최장 10년간 주택 청약자격 제한 등의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주택공급규칙에 따르면 적발일로부터 공공주택 청약 시에는 10년, 투기과열지구 주택은 5년, 그 외 주택은 3년간 청약자격이 제한된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5개 단지의 일반공급 당첨자에 대해서도 현장 방문과 서류 조사 등을 통해 위장 전입 같은 청약 불법행위에 대한 추가 점검을 하고, 투기 과열지구 내 주요 청약단지 당첨자에 대한 전수조사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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