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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8000만 년 전 '네 발 물고기' 화석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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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구의 원시 생물체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와 육상 동물로 진화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화석이 최초로 발견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뉴욕 타임스(NYT).BBC 등 외신들은 6일 "3억8000만~3억7500만 년 전 물고기에서 육상 동물로의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이 거의 제 형태로 발견됐다"며 "과학자들이 드디어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원시 어류가 진화해 육상 동물이 됐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화석을 발견한 미국.캐나다 연구팀은 이날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화석은 북극에서 1000㎞ 떨어진 캐나다 누나부트에서 발견됐다. 논문에 따르면 몸길이 2.7m의 화석에는 지느러미와 수족의 중간 단계로 보이는 뼈가 붙어 있다.

두개골은 악어처럼 평평하고 목과 갈비뼈 등 육지의 네발짐승의 것과 유사한 기관을 갖추고 있다. '네 발 달린 물고기(tetra-pod)'의 모습이다. NYT는 "지느러미와 수족의 중간 단계인 이 뼈가 손.발가락, 손목, 팔목, 어깨의 초기 형태"라고 밝혔다. 날카로운 이빨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동물이 얕은 물속에 살면서 잠시 육지에 올라와 팔다리 역할을 하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동물에는 '틱타알릭(Tiktaalik)'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에스키모 말로 '얕은 물에 사는 큰 물고기'라는 뜻이다. 시카고 대학 닐 슈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99년 데본기 지층이 있는 캐나다 북부에서 탐사 작업을 하기 시작해 2004년 틱타알릭의 화석을 찾아냈다. 이후 2년여의 연구 기간을 거쳐 틱타알릭이 '잃어버린 고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틱타알릭 발견에 대해 과학계는 환호하고 있다. 연구를 지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GS)와 미국과학재단(NSF)은 "지구 생물체의 진화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고 평했다. 학계에서 슈빈 박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니퍼 클락 교수도 "이 논문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추정해온 모든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NYT는 틱타알릭의 발견이 "창조론에 맞서는 강력한 방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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