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다가 깨도 뉴스부터 봐요. 이 사건이 검찰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지,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대검서 대학생 기자들과 일문일답 #문무일 “매일 위험…방심하면 안돼” #“검찰로 넘어올 사건” 언급해 주목 #드루킹 별도 수사팀 구성 가능성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검찰 체험관 개관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근무를 하느냐’는 질문에 문 총장은 “솔직하게 말하면 매일매일이 위험하다. 언론에 나는 많은 사건들이 검찰과 어떻게 연관될 지부터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중요 사건을) 조금 잘못 다루면, 약간 방심하면 국민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간다. 미처 신경을 못 쓴 사이에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검찰총장이 “검찰로 넘어올 사건”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수사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단계에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사건의 성격상 공안 검사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들이 투입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 총장과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이 나눈 주요 일문일답.
-퇴근하면 무엇을 하나.
“퇴근 이후라고 해서 편안한 시간은 아니다. 내·외부와 계속 교류한다. 내가 있는 곳이 근무지다. 집에서 쉴 때가 좋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썩 권장할 만한 직업은 아니다.”
-지난 주 초임지였던 대구지검에 방문했는데 감회가 어떤가.
“총장은 원래 지방 방문을 하곤 한다. 난 지난 10개월간 산적한 문제가 많아 그것을 신경 쓰느라 못 갔다. ‘기분이 어떻다’ 보다는 부담이 너무 크다.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총장 취임 때부터 ‘국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해 왔는데.
“검사는 순치되면 안 된다. 주변 여론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수사해서 나온 대로 법리 판단을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총장으로 취임했는데 어떤가.
“취임 전인 지난해 4월 ‘5각 파도’에 휩싸인 검찰이라는 칼럼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그런데 취임한 이후 내부가 더 큰 혼란에 휩싸였고, 외부의 개혁 압력도 생각보다 강했다.”
문 총장은 또 “내부 제도개혁은 절반 정도 했는데, 구성원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남은 것은 뒤 분(차기 검찰총장)에게 과제로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 대해선 “후배 검사가 수사했어도 책임은 다 나한테 올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선 “난 남들과 사고방식이 다르다. 굉장히 무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남들보다 덜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데, 전국 검찰 구성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전직 대통령 탄핵 사건을 비롯해 변혁의 시기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많이 누린 사람은 많은 고통을 겪게 돼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